뒤집어진 민주당 ‘공천 쿠데타’에 당 최고위도 손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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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 창문을 통해 본 국회 통합민주당 회의실.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5일 박재승발 공천 태풍으로 초토화가 됐다. 당 지도부의 집요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금고형 이상의 비리·부정 전력자를 모두 배제하기로 확정하면서였다. 손학규 대표는 “여론몰이 희생양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박 위원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최고위원회도 5일 밤 결국 ‘박재승의 쿠데타’를 “인정한다”며 손을 들고 말았다.

탈락자들은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핵심 측근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전남 목포)과 DJ의 차남인 김홍업(전남 무안-신안) 의원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두 명의 움직임은 곧바로 DJ의 의중으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호남 민심에 주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두 사람 모두 명예회복 차원에서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 사무총장과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신계륜 전 의원이나 이상수 전 의원, 김민석 최고위원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지역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쉽사리 출마를 포기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탈당해 독자 출마하는 길도 어려운 선택이다. 비리·부정 문제와 관련해 공심위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적 쇄신을 단행한 이상 공천의 최대 관심사인 호남 물갈이도 당초 전망보다 훨씬 큰 폭으로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해당 의원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 공천과 관련해 박 위원장에게 힘이 쏠리면서 박 위원장이 주장했던 것처럼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최고위원 등 주요 인사의 서울 출마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특히 비례대표 후보 선정 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위 30% 순번에 대해 당 대표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관철시키며 비례대표 선정에도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이번 비리·부정 전력자 배제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현실적으로 공심위를 해체하지 않는 한 지도부가 박 위원장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 때문에 손 대표도 박 위원장과 대립하는 모양새보다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취하는 것 외엔 묘수가 없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탈락 대상자들 계파별 망라=공천 탈락 인사들엔 DJ 측근에서 손학규 대표 측 인사까지 당내 계파별로 줄줄이 포함됐다. 박지원 전 실장, 김홍업 의원은 DJ 직계고, 신건 전 국정원장도 DJ 측에 속한다. 신계륜·설훈·이호웅 전 의원은 지난해 당내 경선 때 손 대표를 도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상수 전 노동장관도 있다. 이용희 의원은 지난해 당 경선 때 충북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며 승기를 잡게 한 주인공이다.

임장혁 기자


[중앙NEWS6] '박재승' 총선 돈키호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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