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血총격전 인도 카슈미르사태-회교도 독립투쟁 더 거세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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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무장투쟁을 벌여온 「南아시아의 화약고」카슈미르 지역에 새로운 불씨가 번지고 있다.
잠무 카슈미르州의 주도(州都)스리나가르 인근에 있는 차라르 이 샤리프 마을의 회교사원에서 10,11일 대치중이던 정부군과회교반군간에 격렬한 총격전이 전개되며 40여명이 목숨을 잃는 근래들어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때마침 회교 축제기간중 벌어진 전투의 와중에 화재까지 겹쳐 회교의 성인 세이크 누르 우딘을 모신 6백50년 역사의 사원이전소(全燒)돼 사태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차라르 이 샤리프 마을은 이미 지난 3월이후 두달간에 걸친 정부군과 반군간의 전투로 곳곳에서 불이나 1천5백여채에 달하는가옥이 파손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피난을 떠나 폐허화된 상태다. 인도 정부는 사원 파괴로 인한 회교도들의 집단 반발을 우려해 전국 25개州에 경계강화를 지시하는등 사태 진화(鎭火)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87년 이래 처음으로 내달 중순께 잠무 카슈미르州 의회 선거를 실시,중앙정부의 직접통치를 걷고 어느 정도의 자치를 허용하는 식으로 카슈미르 사태를 수습해보려던 인도 정부의 계획은 커다란 걸림돌을 맞게됐다.
무장반군단체인 잠무카슈미르해방전선(JKLF)을 비롯한 카슈미르 주민 대다수는 그간 인도로부터의 분리 독립이 아닌 그 어떤타협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측의 선거 실시계획을 반대해왔고차라르 이 샤리프 유혈사태는 이들의 강경한 입 장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기 때문이다.
카슈미르 주민들이 인도 정부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분쟁을 빚어온 것은 뿌리깊은 종교 갈등에서 비롯됐다.
주민의 대다수가 회교도인 카슈미르 지역이 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 귀속되며 비극의 싹이 잉태된 것이다.
이후 회교국인 인접 파키스탄과의 두차례 전쟁끝에 북부 아자드카슈미르는 파키스탄에,남부 잠무 카슈미르는 인도에 속하게 됐고인도 통치하에 남게된 잠무 카슈미르의 주민들은 인도 정부의 차별정책과 냉대에 반기를 들고 나서 90년 이래 계속된 무장투쟁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만 1만7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무장투쟁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은 이번 차라르 이 샤리프 사태를 계기로 인도 정부에 대해 공세를 강화할태세여서 해묵은 카슈미르 분쟁은 다시금 예측불가능한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申藝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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