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축구심판 휘슬은 여의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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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0일 프로축구를 보기위해 동대문운동장을 찾은 5천여 관중들은 축구의 진수를 만끽하고 돌아갔다.
유공-포철,일화-전북전등 두게임에서 모두 8골이 터졌을 뿐만아니라 1백80분간 내내 박진감넘치는 경기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심판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는 사실을확실하게 증명해줬다.
선수들도 물론 잘했지만 주인공은 단연 김광택(金光澤.유공-포철전).강병호(姜秉浩.일화-전북전)주심이었다.
이들의 확실한 휘슬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공격수들에게 가해지는 교묘한 반칙들을 어김없이 잡아냈고 뒤에서의 반칙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경고가 주어졌다.
더구나 웬만하면 눈감아줘서 감독들의 비난을 받기 일쑤인 페널티킥에 대해서도 거침없었다.김광택주심은 두개나 선언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득점이 벌칙구역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벌칙구역 안에서의 파울은 득점찬스를 무산시키는 것이다.따라서 이런 파울을 눈감아 주는 것은 「득점없는 재미없는 경기」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아무리 승점제를 바꾼다,룰을 바꾼다해도 이를 운용하는 심판들이 제대로 경기의 흐름을 조율해주지 못하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일화-유공의 개막전을 보자.
경기는 매우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지만 결국 득점 에는 실패했다. 유니폼을 붙들고 늘어지는 반칙에 대해서조차 심판이 관용(?)을 베풀었기에 양팀의 공격수들은 제대로 된 득점찬스를 잡기가힘들 정도였다.
프로축구의 성공여부는 심판의 휘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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