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위행태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젠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정치적.경제적 수준으로 보아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집회및 시위문화가 정착될 때가 됐다.그런 의미에서 경찰이 앞으로 각종 집회나 시위 장소에 경찰통제선(폴리스 라인)을 설정,운영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일단 긍정 적으로 볼 수 있다.집회나 시위장소의 신고접수때 허용해준 범위를 따라 「이 선을 넘지 마시오」라고 새겨진 노란색 띠를 쳐놓고 이를 넘어선 시위대에 대해선 엄격하게 다스린다는 것이다.
경찰통제선이 본래의 좋은 취지대로 부작용없이 자리잡는다면 건전한 집회.시위문화 정착에 일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선진 외국에서는 집회장소 바닥에 페인트 등으로 아예 줄을 쳐놓거나 한줄로 늘어선 경찰이 경찰봉을 잇대 시위의 통제선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경찰통제선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경찰이나 집회.시위 참가자 모두 유의해야 할 점이 너무도 많다.
우선 건전한 집회.시위는 보장.보호한다는 경찰의 의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집회와 시위의 원천봉쇄나 선별 허용과 같은 정치적목적에 따른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이 먼저 없어져야 한다.쉽게말해 공권력의 집행이 엄정하게 이루어져 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있어야만 경찰통제선을 넘어선 시위군중을 엄격히 다스려도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
시위 주최자나 참가자도 법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준법의식을 가져야 한다.철저한 사전신고와 준비 등으로 경찰과의 마찰요소를 근본적으로 없애고 지금까지 즐겨 사용해온 「의도적인 불법.탈법행위」를 삼가야 한다.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주의.주장을나타내고 관철시킨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다면 경찰통제선이 오히려 시위 보호선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학생을 비롯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시위가 경찰통제선은고사하고 곧잘 화염병까지 투척하는 폭력시위로 번지곤 한다는 점이다.그렇게 되면 시위자나 경찰 모두 이성을 잃고 마치 적을 대하듯 싸우게 된다.따라서 경찰통제선이란 좋은 제도의 도입도 집회및 시위에 관한 이같은 잘못된 행태와 인식의 개선이 병행될때라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