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학 ‘하이젠’사장 대기업·중국산 틈서 산업용모터 강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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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이젠모터는 올해 1월 1일 출범한 신생회사다. 하지만 내공이 만만찮다.

45년 전인 금성사(옛 LG전자) 시절 선풍기 모터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던 OTIS엘리베이터의 모터사업부가 분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김재학(60·사진) 사장은 국내 산업용모터 시장 1위 업체인 효성 사장 출신. 그는 “모터는 산업 현장의 심장 같은 존재”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매출 660억원, 2010년엔 1000억원의 회사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모터시장을 보면 이런 장밋빛 전망이 나오긴 쉽지 않다. 중소형모터는 값싼 중국 제품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모터는 두 개의 대기업(효성·현대중공업)이 버티고 있다. 김 사장은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바로 로봇 등 고속·고정밀 작업에 쓰이는 첨단제품인 서보모터(Servo Motor)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효성·대우·현대 모두 서보모터 기술을 포기했어요. 하지만 우린 아직 그 기술을 갖고 있죠.”

국내 서보모터 시장은 미쓰비시와 야스가와, 두 일본 업체가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보모터는 대일 무역적자의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 수입 물량을 국산화해 나가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포부다. 아직 일본 업체에 비해 기술이 뒤져 있지만 IT 강국의 강점을 살려 3~4년이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일본 업체보다 한 수 위다.

이를 위해 하이젠모터는 5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자동화종합전에 LS산전과 공동 개발한 ‘디지털 네트워크 서보드라이브’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이용해 서보모터를 구동하는 네트워크 서보드라이버는 일본 업체들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었다. 김 사장은 이 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는 “서보모터 기술 개발을 위해 현재 9명인 연구개발 인력을 더 늘리고 서울과 창원에 연구소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젠모터의 목표는 대만의 테코(TECO)나 브라질의 웨그(WEG)처럼 모터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향후 인공위성 등에 쓰이는 특수모터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은 없습니다. 기술이 없는 약소기업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강소기업이 있을 뿐입니다.”

‘모터 전문 강소기업’을 꿈꾸는 김 사장의 말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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