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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 모두 ‘포르셰 가족’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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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스포츠 자동차 업체인 포르셰가 곧 유럽 자동차 업계의 황제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감독이사회는 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포르셰는 지금도 31%의 지분을 가진 폴크스바겐 최대 주주다.

지분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면 포르셰는 폴크스바겐이 거느리고 있는 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폴크스바겐은 트럭을 생산하는 독일 만과 스웨덴 스카니아의 지분도 갖고 있다. 포르셰 최고경영자(CEO)인 벤델린 비데킹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혁신적인 자동차 연합군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FT는 “포르셰는 항상 판매량과 수익률이 모두 높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도전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포르셰는 그동안에도 폴크스바겐 인수를 강하게 희망해 왔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법’으로 불리는 규제에 막혀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60년 제정된 이 법은 외국인의 폴크스바겐 인수를 막기 위해 지분 비율에 상관없이 단일 주주가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왔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를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포르셰의 폴크스바겐 인수 길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포르셰와 폴크스바겐은 인연이 깊다. 포르셰 설립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폴크스바겐이 만든 독일 국민차 ‘비틀’의 제작자다. 2002년 포르셰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을 개발할 때 두 회사가 협력하기도 했다.

포르셰는 2006년 매출이 73억 유로(약 10조5000억원) 정도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14배가 넘는 1049억 유로다. 꼬마가 거인을 삼킨 셈이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포르셰의 엄청난 수익률 덕분이다. 92년 부도 직전에 몰리기도 했지만 비데킹 CEO가 취임한 뒤 세계 자동차업체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로 성장했다. 보유 중인 폴크스바겐 주식의 평가차익이 반영되긴 했지만 지난 회계연도 이익률은 무려 79%다. 판매량은 연 10만 대 정도지만 대부분 1억원을 넘는 프리미엄 럭셔리차라서 이런 고수익이 가능했다.

김선하·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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