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궁금증 … 왜 통장 수십 개로 분산 관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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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0여억원의 출처=박 전 장관과 가족 등이 K씨를 고소한 혐의는 자신들의 돈을 떼어먹었다는 것이다. 그 액수가 170여억원이나 돼 돈의 성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상당 부분이 박 전 장관의 돈이고 나머지는 가족과 친지, 해외동포인 친구 등이 갹출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 측은 이 돈을 50여 개 계좌에 분산 예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연구소 실무자들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관리해 왔는데 1~5년짜리 금전신탁 상품에 맡겨 놓았다”며 “K교수가 높은 이율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은행 일을 맡겼는데, 2006년 7월 재단을 설립하려고 돈을 찾으려 했더니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주장했다.

K교수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연구소에 찾아와 ‘돈을 꼭 갚겠다’고 했고, 실제 30억원가량을 변상했으나 나머지를 갚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는 게 박 전 장관 측의 설명이다.

이 돈이 모종의 비자금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박 전 장관 측은 “켕기는 돈이라면 횡령 혐의로 상대방을 고소했겠느냐”며 “어떤 돈인지에 대해 공증이 돼 있고 수사기관에도 진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자금의 성격과 관련해선 범죄가 개입되지 않는 한 수사대상이 아니다”며 “만일 범죄가 개입됐더라도 혐의를 둘 만한 사안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말했다.

K씨는 두 달 전까지 살던 경기도 분당의 거처를 떠나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K씨는 지난해 8월 대학을 휴직했다.


◇얽히고설킨 고소인·피고소인=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고소인은 8명이고, 피고소인은 6명이다. 단순히 박 전 장관과 K교수의 문제가 아니다.

고소인에는 박 전 장관과 부인, 친지, 해외동포인 친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의 처남은 박 전 장관과 별도로 K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소인엔 K씨 외에 계좌가 개설됐던 은행 직원과 초기 금전관리에 관여했던 박 전 장관의 처남, 고교 친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 당사자가 많은 것과 관련해 박 전 장관 측은 “가족과 친지들이 돈을 맡겼다가 함께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 측은 또 K씨와 함께 횡령에 공모한 이들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잡하게 얽힌 이 사건의 진실은 결국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1998년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의 소개로 K씨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K씨가 대학 측에 낸 이력서에는 박 전 장관이 이사장인 ‘포럼21 한일미래구상’의 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돼 있다. K씨는 98년 9월 박 전 장관 측이 서울 모 호텔에서 일본 측 관계자를 초청해 개최한 세미나 행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국전통무용 공연을 하기도 했다.

K씨의 전직 조교는 “공연장에 박 전 장관이 한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최근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각각 경찰 조사를 받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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