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중국보도 왜 춤추나-믿거나 말거나 깜짝뉴스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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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에서 바라보는 중국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의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사망임박설과 장쩌민(江澤民)주석의 1인자 굳히기 권력투쟁을 전하는 언론들의 갖가지 보도가 홍수를 이룬다.
鄧의 뇌사.식물인간설,鄧의 부인 주린(卓琳)의 자살기도설에 이어 이번엔 자살했다는 前구이저우(貴州)省 省委서기 류정웨이(劉正威)가 아직 생존,친구와 전화를 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오는가하면 鄧의 차남 덩즈팡(鄧質方)이 체포됐다는 보 도가 중국당국에 의해 곧바로 부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은 이같은 보도들을 접하는 독자들이다.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자연히 따가운 시선이그동안 중국에 관한한 온갖 소문의 진원지가 돼온 홍콩 언론으로쏠린다.홍콩언론은 오보의 양산지인가,아니면 竹 의 장막을 헤집고 실낱같은 사실을 전하는 「중국소식의 안테나」인가.불행히도 이에대한 정답은 없다.
40여종의 일간지와 6백여종이 넘는 홍콩의 잡지들이 저마다 중국의 소도소식(小道消息.얻어들은 소식)에 관한한 1인자를 자부하며 토해내는 중국관련 소식들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는 탓이다. 이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중국사회의 폐쇄적 성격에기인한다.중국당국은 자살했다는 劉의 생존을 주장하면서도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다.
깜짝놀랄 만한 소식이 홍콩에서 연일 쏟아져나오는데 정작 당사자인 중국측의 확인이란 게 언제나 외교부 대변인의 『우리가 아는 바로는…』『鄧은 90고령치고는 건강하다』등 한가한 외교적 수사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고 홍콩언론을 무작정 믿기엔 황당한 구석이 너무도 많다. 현재로선 한국언론들에 자주 인용되는 홍콩 주요 언론매체의 성향을 나름대로 분석,그들의 보도를 배경을 감안해 한번쯤 살펴보는 게 그 와중에 어느정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중국소식을 전하는 홍콩언론은 크게 일간지.잡지.통신사세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이중 가장 영향력이 큰 신문의 경우 親대만계.親중국계.중립지등으로 나뉜다.
親대만계인 홍콩聯合報는 대만의 聯合報가 모체로 올해 창간 4주년을 맞는 약관이지만 대만의 對중국 정보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중국의 4중전회(中全會) 날짜를 정확히 맞혔으며 특히 중국비판에 날카롭다.
그러나 중국 관원들의 평은 한마디로 『聯合報를 인용해 중국소식을 전하는 것은 북한의 노동신문을 인용,한국정세를 전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콩정청(政廳)이 주목하는 5大신문에 홍콩 聯合報가 들어가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보력은 대단하다.또 중국측에 껄끄러운 신문으로 영자지 이스턴 익스프레스(EE)가 있다.
EE는 홍콩정청에 근무하던 영국계 관리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사형수 장기(臟器)매매 등 중국의 치부 보도에 용서가 없다.親중국계로는 文匯報와 大公報외에 홍콩商報등이 있으나 지난해 文匯報가 보도한 鄧의 칭다오(靑島)방문설을 곧 중국 외교부가 공식 부인하는 등 이들 또한 중국의 권력투쟁에 이용되는측면이 많다.
나머지는 보통 중립지로 평가한다.최근 주목되는 것은 97년 홍콩 반환에 맞춘 중립지의 변화다.과거 홍콩의 대표적 중립지로평가받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와 明報등엔 이미 親중국계 자본의 손길이 뻗쳐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주식의 34.9%와 明報의 주식 10%가 각각 궈허녠(郭鶴年)과 황훙녠(黃鴻年)이란 두 親중국계화교거상(巨商)의 손에 들어있다.
또 얼마전까지만 해도 親대만계로 분류되던 星島日報.星島晩報.
홍콩 스탠더드등 성도그룹은 회장 후센이 중국과의 유대관계 구축에 성공,상하이(上海)의 解放日報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기사를 주고받을 정도로 1백80도 변신했다.이외에 해설이 뛰어난 재경신문인 信報와 經濟日報등이 있다.
그러나 정작 부수발행 상위를 독점하는 東方日報.新報.快報.天天日報등은 연예.오락.경마등에 치중하는 신문들이다.
통신사로는 홍콩이 본사인 중국통신사(中通社)와 중국이 본사인중국신문사(中新社)의 2개가 있으며,이들은 新華社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보도를 한다.
***中國특급반 운영 홍콩언론들은 보통 40~50명의 「차이나특급」으로 불리는 중국반(中國班)을 운영,중국 취재에 열을 올린다. 최근엔 鄧의 건강및 江의 권력투쟁설과 관련,홍콩언론들이 작게 취급한 것을 오히려 한국언론들이 더 크게 보도,오히려홍콩언론들이 놀라고 있다.
최근 星島日報는 한국언론의 보도를 거꾸로 인용,鄧의 뇌사설과부인 卓의 자살기도설등을 보도하는 해괴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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