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이런사고가>7.끝 교통대책 없는 공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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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쇳조각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대구 가스폭발사고 당시 3천5백여개의 지하철 공사장 복공판(覆工板) 파편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학생들을 덮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주민 권순출(權順出.45)씨의 목격담이다.
폭발이 일어난 지난달 28일 오전7시52분.폭발지점에서 20m쯤 떨어진 상인동 네거리는 등교하는 학생.출근하는 시민들로 매우 혼잡했다.때마침 교통신호는 남북방향 직진,지하철 공사중인동서방향 월배로는 적색신호중 이었다.피해차량 1백 33대는 교통정체로 인해 복공판위에 줄줄이 서서 신호대기중이던 차량들이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사고지점과인접한 횡단보도에서 발견된 시체만 30여구,건너편 횡단보도에서도 10구가 발견됐다.
사고가 난 대구 월배로는 대구 서남방향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구실을 하고 있어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지하철공사에 앞서 우회소통대책을 세우는 등 교통안전대책이 있어야 했다.
사고가 난 월배로는 대구시 도심과 구마고속도로 지선.88고속도로등을 연결하는 유일한 남서방향 통로.이 곳에서 지하철공사를하려면 대구시는 적어도 이 도로를 대체할 만한 우회도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먼저 강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우회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앞산순환도로」를오히려 같은 기간에 파헤치고 있다.
이 도로에는 지금 공사적치물,공사현장 칸막이 등이 수북히 쌓여 있다.원래의 2차선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대구시는 결과적으로 2개 도로를 한꺼번에 파헤쳐 동서방향 교통에 더욱 어려움을 주는 우를 범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공법(工法)도 문제였다.일반적으로 교통량이 많은 간선로의 지하철 공사는 개착식(開鑿式)보다 터널식이 원칙이다.대구시지하철 1호선 27.6㎞도 본래 설계대로라면 개착식과 터널식의비율이 반반정도.
개착식은 역사(驛舍)부지 등 일부에 한하고 대부분 터널식으로설계가 돼 있었다.그러나 대구시는 토질.공사비.공사기간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일곱차례나 설계를 변경,공사방법을 바꿨다.현재는전체 연장의 84%나 되는 23.1㎞가 개착식 공법 구간이다.
비용이 덜드는 개착식 공법을 이용할 경우 「공사구간마다 공사일정에 따라주변교통을 처리하는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대구시와시공회사는 그 계획에 따라 시간대별로 교통을 통제해야 한다.
또 우회교통로를 표시한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적절한 안내도 필수다.횡단보도.버스정류장은 공사단계에 따라 옮겨야 하고,인도에도 보행자 안전시설을 해두는게 원칙이다.필요한 경우 버스노선도 옮겨야 한다.이같은 「기본」을 지키지 않아 피 해가 컸다.
***전문가 참여 시급 대구 영남대 김대웅(金大雄.교통공학과)교수는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한다.
金교수는 『재정적자(赤字)가 1조7천억원이나 되는 대구시 책임으로 대규모 지하철을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시민에게 돌아올 장래 이익이 지금의 고통보다 얼마나 클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재원이 빈약한 지방도시의 경우 구조적으로 싼 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도시에는 모두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서울의2기지하철 1백74.8㎞를 비롯해부산.인천.대구 등 광역시에도98.5㎞의 지하철이 건설되고 있다.서울의 경우도 개착식 구간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84.9㎞나 된다.
또 대부분 도시의 지하철 공사장 교통처리도 대구시와 별차이가없다. 대구참사에서 보듯 이정도로는 사고방지는 물론 사고가 났을 때 피해를 줄일 수도 없다.각 도시의 지하철 등 주요 구조물 공사구간마다 교통처리 대책이 제대로 수립돼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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