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에서백두까지>中.금강산 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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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금강산은 과연 명산이었다.
눈을 치켜뜨고 위를 쳐다보면 마치 병풍을 세워놓은듯 일출.월출.육선.옥녀.세존봉등 칼날같은 연봉들이 「1만2천봉」의 명성에 걸맞게 줄지어 서있다.
밑으로는 옥류탕.비룡폭.구룡폭등 깊은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이름없는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우리 「재미산악인 금강산.백두산등반대」14명이 금강산 산행을시작한 것은 22일 오전8시30분.
산행 초입인 구룡폭에서 우리 팀은 2개조로 나뉘었다.한 팀(4명)은 구룡폭 우측벽 2백50m의 암벽을 오르고 다른 팀(10명)은 장군봉까지 오르기로 했다.나를 포함한 팀은 옥류탕.비룡폭.세존봉을 지나 해발 1천4백m 지점인 전망대 바 로 밑에서 텐트 3동을 쳤다.
금강산에서 텐트를 친 것도,암벽등반도 모두 처음이었다.
텐트를 치고 나자 진작 찾아오지 않은 우리를 꾸짖듯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쏟아져 내렸다.
공교롭게도 해방둥이인 나는 이날이 50번째 생일이었다.산악인으로 히말라야를 일곱번이나 다녀오고 국내외 명산을 수없이 다녔지만 금강산에 오기까지는 너무나 먼 길을 돌아야만 했다.비오는금강산에서 우리 일행(북한측 2명 포함)들은 들 쭉술을 마시며통일을 이야기했다.
23일 아침 전망대로 향했다.경사각이 대단했다.2시간의 산행으로 전망대에 오른 뒤 장군봉으로 향했다.발 아래로 집선봉을 위시한 연봉들이 아스라히 펼쳐져 있었다.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1천6백38m)을 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했다.
암벽팀을 창터밭에서 만나 해금강으로 내달렸다.오염되지 않은 해금강에서 잡은 신선한 해삼.멍게.소라로 포식한 것은 산행 뒤의 또 다른 재미였다.언제쯤 남북 산악인이 해금강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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