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에 주중대사 MB‘중국 달래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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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 정부조직 개편의 급류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통일부의 수장에 김하중 주중 대사가 2일 발탁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김 통일장관 후보자는 1992년 한·중 수교 때 실무 협상을 주도하는 등 중국 전문가로 남북 관계 개선과 4강 외교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외교부·통일부에서 예상치 못했던 그의 발탁은 새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에 내부적으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중국을 의식, 첫 내각에 중국통을 기용한 ‘인사 외교’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인 만큼 남북 관계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물밑 협조를 받으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인정하고 남북 직접 대화의 한계도 보충하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더구나 김하중 대사는 직전 주일대사였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 이태식 주미 대사와 외무고시 동기(7회)다. 주일 대사에 이어 주중 대사의 장관 발탁이 이어진 점도 이런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동시에 김 대사의 발탁은 ‘남북 관계도 국제관계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문제도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2001년 10월 주중 대사로 부임해 2003년부터 베이징 현지에서 6자회담을 지켜봐 왔다. 통일부 업무를 대외 관계 틀 속에서 판단할 적임자라는 얘기다.

한 대북 전문가는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부에 통합시키는 조직 개편안은 철회됐지만, 대신 외교관 출신 통일장관이 오면서 사실상의 외교-통일 정책 조율이 이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유명환 외교-김하중 통일장관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 대책과 중장기 정책 수립은 외교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외교부의 이 같은 정세 판단이 통일부의 대북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통일부 장관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인물난을 겪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보수 진영에 속하는 북한 전문가나 학계 인사 중에선 중량감을 갖춘 인사를 찾기 힘들어 청와대가 고심했다는 것이다. 김 대사가 공직 생활을 오래 해 자질 검증 시비가 없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김하중 장관 후보자 약력= ▶강원 원주 ▶서울대 중문과 ▶외무부 동북아 2과장·의전담당관 ▶주중공사 ▶아태국장 ▶청와대 의전비서관·외교안보수석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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