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느끼며>낳아봐야 아는 부모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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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 며칠 신문지면을 장식한 사진 가운데 유난히 아픔이 느껴지는 것은 자식의 어이없는 주검 앞에서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들 한다.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던 지난 3월1일 아침 첫 아기 재현 이를 낳은 나는 그 말이 헛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산모,애기 보세요.』 피와 땀에 흠뻑 젖은 채 분만대 위에누워 바라본 분홍빛 몸뚱이의 새 생명!나는 아무런 종교도 없었지만 온 몸과 온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다.한차례 젖몸살을 앓고 난 후 아기에게 처음 젖을 물렸을 때도 그랬다.앙증맞은 입으로 생존 을 위해 힘차게 젖을 빠는 아기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신기하던지.
내가 아기에게 느끼는 이 신비감.사랑.소망을 내 어머니도 나에게서 느꼈을 것이다.뼈가 벌어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고통 속에서 진통을 할 때 내 신음소리는 『엄마,엄마』뿐이었다.어머니가외손자를 보러 다녀가시던 날 어머니 손을 잡는 내 마음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곡진했음은 물론이다.시어머니를 보는 눈도새로워졌다.그런 고통 속에서 낳아 정성으로 기른 아들이니 아내인 내가 얼마나 그에게 잘해주길 바라시겠는가.
사람에 대한 연민과 너그러움도 예전보다 많아졌다.어떤 사람이든 한 자궁의 무한정한 아픔 속에 태어나서 험한 세상을 힘겹게살아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올 때는 말 그대로 핏덩이였던 우리 재현이가 두 달이 지 난 지금은 옹알이도 제법하고 눈을 맞춰주면 방긋방긋 웃는다.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이 있는 오월,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부모를 잃은 자식들의 슬픔에 진심으로 애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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