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대장정>2.하바로프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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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월24일 오전8시 취재단은 하바로프스크를 향해 8백㎞의 여정에 올랐다.
한시간여를 달리다 이윽고 나타나기 시작한 벌판.광야라 해야 할지 어쩌면 대지(大地)라고 해야 할지,자작나무 숲과 함께 전개되기 시작하는 북국(北國)의 끝없는 땅을 만났다.참으로 넓어끝이 없는 땅이었다.
동서남북 사방이 지평선인데 어찌 생각하니 러시아는 바로 이 지평선에 갇혀버린 나라라는 느낌이었다.흙냄새는 손으로 만질 수있을 것처럼 코끝을 후비고 있었으나 완만한 타원을 그리고 있는지평선은 이곳에 붙박혀 사는 이들에겐 때론 원 망이 될수도 있겠다 싶었다.자작나무 가지 사이로는 무수한 까마귀떼가 촘촘히 집을 지어놓고 날아다녔다.덩치가 매만큼은 될 그 까마귀들이 떼지어 날고 있었는데 을씨년스럽기가 이를데 없었다.
中蘇 국경분쟁지역으로 알려진 우수리江을 지나 15시간후 하바로프스크에 당도했다.밤의 하바로프스크는 마치 소개된 도시처럼 조용했다.인적도 불빛도 없는 휴면의 밤이었다.
하바로프스크는 아무르(黑龍)江과 우수리江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는 원동(遠東.극동)의 중심지다.인구 80만명에 시베리아의초입에 해당한다.코사크 기병대의 장군이었던 알로페이 하바로프가1680년부터 90년 사이에 이 지역을 발견하 고 도시를 건설했다고 전해진다.하바로프스크는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역(驛)앞에 동상이 서 있다.
소비에트 시절 이 나라는 외부에 폐쇄된 도시가 많았었다.블라디보스토크가 그 대표적인 도시며 원동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1만여㎞에는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무수했다.주로 군사적인 이유 때문이다.그래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외국인들이 내릴 수 있는 역은 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등 몇몇 대도시 뿐이었다.사할린에서 이주해온 우리동포들이 하바로프스크에 많이 밀집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그들은 폐쇄된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갈 수 없어 모두들 하바로프스 크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하바로프스크가 원동지역 최대 도시로 성장하게 된 까닭에는 이러한 정치.사회적인 배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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