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4시] 에스콰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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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에스콰이어는 지난달 경영진을 대폭 개편했다. 새 사장을 공모했고 주요 사업부문장의 자리를 맞바꾸었다. 일부 경영진은 퇴진하거나 고문직 등으로 물러났다. 이로 인해 신임 사장부터 에스콰이어의 사업에 낯설다. 장절준(50)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해외 영업과 국제분야의 기획파트에서 주로 일했다. 얼핏 보면 에스콰이어가 지향하는 '패션 경영'과는 거리가 있는 이력이다.

그러나 장사장은 여러 명의 사장 후보와의 경쟁 끝에 최종 낙점됐다. 이범 에스콰이어 회장은 "매일 얼굴을 맞대는 사람과 회사의 미래를 다듬는 것보다 에스콰이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각으로 우리를 볼 필요가 있다"며 장사장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경영의 틀을 혁신하자는 의도다.

에스콰이어의 주력은 여전히 구두사업이다. 전체 매출(3000억원 규모)의 80%에 이른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아직 매출액 500억원에 불과한 '패션사업'쪽으로 그룹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구두를 밑 사업으로 하되 의류나 컬렉션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사장은 "페리가모 등 해외 유명 브랜드는 매출액이 수백억원에 지나지 않으나 브랜드 가치로 보면 초일류기업"이라며 "에스콰이어가 가는 길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콰이어가 겨냥하는 고객층은 20대 전후의 젊음이다. '40대 이후 장년 고객들을 철저히 버리자'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다. 이를 위해 패션을 주도하는 계층과 호흡을 맞춰 조직을 바꾸고 인력을 배분하고 있다.

에스콰이어는 최근 이탈리아에 패션연구소를 설립해 임원급을 보냈다. 또 중국 내수시장에도 뛰어든다. 중국사업팀장은 패션사업과는 거리가 먼 미국 원자력발전 업체에 근무했던 여성을 기용했다.

국내외 3개 생산공장을 하나로 묶어 별도 법인도 만들 예정이다. 회사이름을 '에스콰이어글로벌'이라고 미리 지어놨다. 공장도 스스로 세계의 패션 흐름을 읽고 독자사업을 벌이라는 뜻이다. 경영의 전 분야를 개혁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PI(Process Innovation)팀을 만들어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은 물론 조직과 근무형태를 손질할 예정이다. 에스콰이어가 올해 'Fun(재미)경영'을 내세우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이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끼' 가 있고 '감(感)'이 있는 사람들이 신명나게 일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윤희 기자

◇에스콰이어=6.25동란이후 미국산 생활 용품을 들여와 팔던 이인표 명예회장(2002년 1월 작고)이 1961년 창업했다.당시는 군화와 비슷한 디자인의 구두가 많이 팔릴 때였다.서울 성수동에 터를 잡고 국내 처음으로 양산체제를 갖췄다.1981년 업계 처음으로 1천만달러의 수출탑을 받았다.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때 4천명의 임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했다.당시 대표이사 사장이던 이 회장은 노조에 대해 빚을 졌다고 생각해 최근 성남공장에 있는 할인상설매장의 운영권을 노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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