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꿈틀대는 전시장 일탈이 일상적인 작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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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공간도 늘고 있다. 새 공간에는 새 작가가 어울릴 수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을 보여주는 두 전시공간이 있다.

한 곳은 최근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다른 한 곳은 젊은 문화의 대명사인 홍익대 앞에 자리잡은 ‘상상마당’이다.

로또복권 사업자였던 ㈜코리아 로터리 서비스(KLS)가 설립한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는 미술경매·전시·컬렉션 자문 회사다. 본격 경매에 들어가기 전에 ‘일탈의 기술’이라는 기획전을 준비했다. 김기라·김수영·김태중·이명호·최승훈 등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젊은 작가 12명을 소개한다.

소금으로 만든 집은 가느다란 포크에도 금방 부서질 것 같다. 김시연은 이 불안 불안한 설치를 사진 찍어 전시했다.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격년으로 신진 작가를 선정해 여는 ‘아트 스펙트럼 2008’에도 초대됐다. 1300㎡(400평) 전시장을 다 돌아봤다 싶으면 구석에 빠끔히 열린 문이 보인다. 천성명은 창고로 쓰이는 이 공간에서 일탈을 감행한다. 작가를 그대로 축소한 듯한 조각품이 어두컴컴한 창고 안에서 백열전구를 밝힌 채 ‘발견자’를 멀뚱히 쳐다본다. ‘그림자를 삼키다’라는 작품이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02-3479-0114)

KT&G가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인 상상마당에선 ‘서교육십(西橋六十)2008: 취향의 전쟁’전이 한창이다. 미술계에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혹은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작가 60명을 선정해 반반씩 2부로 나눠 4월 20일까지 소개한다. 휴대폰·픽토그램·길거리 밴드·군것질 등 젊은 감성이 충만한 난장이다. 이 동네 빈티지 숍들과도 닮은 꼴이다. 낡았으되 새롭고, 튀지만 유행 그 자체인 작품들이 ‘취향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시장 2층에 묵직하게 자리를 차지한 6폭 병풍은 김지민의 ‘모순어법(The Oxymoron)’이다. 커다란 물고기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상표 수백 개를 바느질해 만들었다. 톡톡 튀는 유머의 하이라이트는 김시원의 ‘대야 운하’다. ‘고무다라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빨간 플라스틱 대야에 시멘트를 채워 모세의 기적처럼 가운데를 쩍 가른 뒤 한강물을 퍼 담았다. (02-330-6233)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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