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 내 타결” 급물살 타는 한·중 FTA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2013년 2월)에 한·중 FTA를 타결하겠다는 입장인 데다 중국도 “조속한 FTA 체결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본지 2월 29일자 1면>

한·중 FTA가 우리나라에 미칠 파괴력은 한·미 FTA를 능가한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한 규모는 지난해 819억 달러로 미국(457억 달러)을 뛰어넘는다. 지난해부터 수입(612억 달러)도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 중국의 비중은 20%에 달한다.

한·미 FTA보다 득(得)이 더 크고, 그만큼 실(失)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난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더 적극적=한·중 FTA는 2004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공동연구가 시작됐고, 지난해부터 협상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산·관·학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공동연구가 마무리되는 5월께면 본격적인 협상 준비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우리가 미국·일본과 FTA 협상을 하자 중국도 한국과의 FTA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일본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며 “특히 한국과의 기술격차도 많이 좁아져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중국 농수산물이 몰려올 것을 우려해 그동안 한·중 FTA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개방과 FTA가 대세인 만큼 피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 효과 크다=29일 국제무역연구원이 중국과 무역하는 39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74.6%의 업체가 한·중 FTA에 찬성했다. 수출입이 늘어나는 것을 장점으로 꼽은 기업이 30.1%로 가장 많았고, 비관세 장벽 해소(21.9%)·진출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14.7%)·중국의 상관행 선진화(13.4%)를 기대하는 기업도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FTA로 수출이 늘고, 무관세로 저렴해진 중국 원자재를 수입함으로써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다. 인구 13억 명의 거대 소비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국내산업을 빠르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한·중 FTA 체결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300억 달러 이상으로 한·미 FTA 효과(단기 54억 달러, 장기 71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도 최대 3.29% 증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장규 연구위원은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양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상품 무역을 확대하는 데에만 치우치지 말고 투자 자유화를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손병해 교수는 “북한의 혈맹인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면 자연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질서가 정착될 수 있다”며 “우리가 중국·대만·홍콩, 동남아 화교의 ‘중화권 경제’로 본격 진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농업·노동집약 산업은 피해=가장 큰 걱정은 농산물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농산물을 생산한다. 가격은 우리의 25~35% 수준이다. 한·중 FTA가 농가에 미칠 파괴력은 한·미 FTA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제조업의 피해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자본·기술집약적인 산업은 혜택을 보겠지만 섬유·가구 등 노동집약적 산업은 가격경쟁에 밀리면서 퇴출과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국내 기업의 중국행이 더 늘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며 “설사 FTA가 체결되더라도 중국의 경영환경이 투명하지 않은 데다 자본주의 제도도 미흡해 FTA 효과를 제대로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이 시작되면 농산물과 자동차·철강 등은 관세철폐 예외대상으로 지정해야 FTA의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미국이 우리나라에 했던 것처럼 중국의 취약 분야인 서비스·투자·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방을 압박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정인교 교수는 “국제무역이 늘어나는 데다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중 FTA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