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 공식 출범, 미디어 융합시대 지휘자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방송과 통신, 뉴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9일 공식 출범했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치는 기구 설립 법이 이날 공포돼 법적 효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나 영국 커뮤니케이션 위원회(OFCOM)에 버금가는 선진형 융합 기구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정책 틀을 만드는 게 다음 과제라고 강조한다.

◇8년의 방송 독립성 실험이 남긴 것=방송위와 정통부는 이날로 문을 닫았다. 외형적으론 4개 부처로 쪼개진 정통부가 더 극적이지만, 실질적 변화는 방송위 쪽이 더 크다. 무소속 행정기관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2000년 방송위 출범 때만 해도 ‘방송의 독립성’이 최대 화두였다. 정부조직법에도 없는 기구가 탄생한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위는 동시에 ‘3무(무책임·무소신·무능력) 기관’이란 비판도 받았다.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이동 방송) 도입 같은 공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해당사자에게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노조에 휘둘리고 지상파방송사의 눈치를 봤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래서 방송위 건물은 이들의 단골 집회장이었다. 초대 방송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미디어미래연구소 고문은 “방송위는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해관계에 얽혀 실패했다”며 “그 결과 지상파는 진입이 막힌 시장에 안주해 뉴미디어까지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새 규제 틀 세워야 하는 방통위=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미디어 융합 시대를 맞아 새로운 규제 틀을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방통위 앞에 던져진 과제는 많다.

당장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유·무선 통합 추세로 급변하는 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정책 기조도 세워야 한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지상파 민영화 등의 현안도 있다. 김우룡 전 방송위원은 “방통위는 ‘규제 완화’라는 가치 아래서 미디어 산업의 새 판을 짜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3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방통위원(위원장 포함 5명) 인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