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서 慘事 왜 못다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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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구참사로 온 국민이 침통.분노하고 있는 이때 정치권은 무슨행동을 하고 있는가.모처럼 소집된 임시국회 개회식에 야당이 불참하고,회기(會期)나 의사일정조차 정하지 못해 문을 열자마자 국회가 공전(空轉)된다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신 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여야가 힘을 모아 대책을 논의해도 대구사태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좌절감은 좀처럼 씻기 어려운 판에,국회를 연다면서도 대구사태를 의제에 포함시키느냐의 여부로 여야가 이견을 보여 처음부터 공전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먼저 민자당에 묻고 싶다.왜 당장 대구사태를 따져서는 안된다는 건가.지금 그보다 급한 문제가 뭐가 있길래 논의하지 말자는것인가. 우리는 이런 대형참사를 맞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자당(自黨)에의 유.불리(有.不利)만 따지는 정치권의 자세에 통탄을금할 수 없다.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부터 논의하는게 누가 보더라도 당연하지 않은가.대구참사를 놓고 무슨 호재(好材) 니,악재(惡材)니 할 수 있겠는가.진지하게 따지고,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하고,국민의 아픔을 덜어줄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가 함께 밤새우며 고민해도 오히려 부족할 상황이 아닌가.여기에 무슨 정치적 이해득실과 당략적 계산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가.
우리는 참사에 따른 국민적 울분이 드높은 이때 여야가 국회마저 공전시켜 국민감정을 더 악화시켜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한다.이는 국민감정과 지금의 사회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심한 악수(惡手)가 아닐 수 없다.
더이상 데데하고 쩨쩨한 당략적 계산은 집어치우고 오늘부터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그리하여 대구사태의 원인과 책임,사후수습책등을 정파를 떠나 진지하게 논의하고,지금껏 수없이 되풀이돼온 말만의 재발방지책이 아닌 진정한 실천가능 성있는 재발방지책을 여야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번 국회를 소집한 주요 목적인 선거법보완문제는 물론 이번에처리해야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차근차근 손질하면 될 일이다.국민이 절실하게 생각하는 문제,당장 우리사회의 코앞에 닥친 문제를외면하는 정치는 정치일 수조차 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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