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6억 달러’ 외환위기 직전 수준 … 원자재·유가 급등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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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 영 불안하다. 1월 경상수지가 월간으로 11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냈다. 지난해만 해도 수출로 벌어 여행이나 유학 비용으로 쓴 다음 조금은 남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무역수지도 적자, 서비스수지도 적자다. 어디 기댈 데가 없는 것이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주범이다.

한국은행은 1월 경상수지가 25억98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외환위기(1997년 11월)가 본격화하기 직전 한보철강 부도 사태로 경제가 불안해지던 1997년 1월엔 적자가 31억3000만 달러였다. 96년 무려 231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낸 여파로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빌려 적자를 메우다가 결국 외환위기로 치달았다.

1월의 특징은 상품수지가 거의 5년 만에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수출이 15.4% 증가했지만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31.1%나 늘었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는 10억800만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한은 국제수지팀 이상현 차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경상수지 적자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며 “해외 요인이 진정되지 않는 한 당분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위원은 “1월의 경상수지만으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증가세가 꺾이지나 않나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는 늘 그랬듯 적자였으니 상품수지와 합쳐 적자 폭을 키운 것이다. 특히 적자 규모가 지난해 12월의 12억4000만 달러에서 20억7100만 달러로 늘었다. 1월 적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게다가 해외여행 성수기인 설 연휴가 2월에 걸렸다는 점으로 미뤄 2월의 서비스수지 적자는 1월을 웃돌 전망이다.

한편 한·미 금리 격차(2%포인트)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됨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효과는 약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는 상반기 85억 달러 적자를 낸 뒤 하반기 55억 달러의 흑자를 내 전체로는 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엔 59억5400만 달러 흑자였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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