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청년.회교 처녀 사랑영화 인도 종교갈등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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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힌두교도 청년과 회교도 처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한편 때문에인도(印度)전역이 떠들썩하다.
인도에서 손꼽히는 영화감독인 마니 라트남이 만든『봄베이』라는이 영화는 몇차례 시사회를 통해 회교도들의 집단 반발에 부닥쳐현재 안드라 프라데시州등 여러곳에서 상영이 금지된 상태.어찌보면 진부한 소재의 애정영화처럼 보이는『봄베이』 가 논란을 빚고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92년 일단의 힌두교도들에 의해 3백년역사를 가진 아요디야 회교사원이 파괴된 사건과 이로써 촉발된 이듬해 봄베이 회교도 봉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힌두교도인 신문기자가 회교도 처녀와 사랑에 빠져 양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봄베이에서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다 아요디야 회교사원 파괴와 잇따른 봄베이종교폭동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회교도들은 이 영화가 8백여명이 목숨을 잃은 봄베이 봉기의 주된 피해자 회교도들을 가해자로 묘사하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영화속에서 회교도 처녀가 봉기의 혼란을 피해 연인을 따라 힌두교도 부락으로 도피하는 장면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한편 아요디야 회교사원 파괴를 주모한 것으로 알려진 과격 힌두교단체 시브 세나측도 이 영화가 썩 만족스런 것은 아니다.감독 라트남은 시브 세나의 지도자 발 타커레이에게 미리 이영화를 보여주었다.타커레이는 영화속 에서 자신을 비유한 등장인물이 사원파괴를 지시한 이후 후회에 사로잡힌 것으로 그려진데 대해 『反회교투쟁에 후회란 있을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인도 당국은 지난해 회교도들의 분리 독립투쟁이 벌어지고 있는카슈미르 지역 배경의 영화『로자』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라트남감독의 신작『봄베이』가 인도내 7억5천만 힌두교도와 1억2천만회교도간의 갈등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申藝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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