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엔高와세계화전략>2.우리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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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超엔高로 산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등의 산업현장은 급증하는 수출 주문을 미처 소화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에고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엔고가 몰고온 산업현장의 파장을 진단해 보고 그 시련을 극복하기위해 우리 기업이 반드시 풀고 넘어야할 과제들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超엔高앞에 상당수의 기업이「脫일본」「기술만이 살길이다」라는 벼랑끝 심정으로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국산화노력이 결실을 거두기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각 기업이나 업종별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선결과제를 짚어본다.
◇수입선 다변화로만 안된다 LG반도체의 이병훈(李丙勳)구매부장은 일본서 들여오기로한 반도체장비 값이 엔고로 폭등하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거의가 수입선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공업협회가 조사한 외자부품 리스트의 비교난에는 대부분「수입선 전환불가」라고 적혀있을 정도다.게다가 일본대신 독일서 수입하려해도 마르크화가 엔화 못지않게 오른 상태여서 실익을 기대할 수 없다.
◇부품에 앞서 소재를 개발하라 삼성전기는 필름콘덴서를 개발하고 싶어도 그 소재인 박막필름을 일본에서 비싼 값에 사오는 것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홍승표(洪勝標)삼성전기부장은『상당부분 부품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에서 싼 가격의 소재공급이 되지않아 생산에는 들어 가지 못하고 있다』면서『일본산 소재로는 부품가격경쟁력이 없고 결국 부품의 집합체인 세트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부품 사줘야 한다 동성반도체는 반도체소자인다이오드를 국산화한 뒤 계속적인 경영난을 겪고있는 대표적인 사례다.처음 국산화했을 때는 일본제보다 가격이 40%정도 쌌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이 수입가격을 반으로 낮춰 덤핑을 시작,동성의숨통을 조여왔다.
삼성전자의 구종길(具鍾吉)국산화추진팀과장은『처음에 비싸더라도중소기업이 개발한 부품을 사줘야 국산화의 저변이 넓어지고 결국제품값도 싸진다』고 말했다.결국 대기업 최고경영진이 길게 보고투자하는 심정으로 국산부품을 사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부품의 상호구매와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LG전자의 물적자원지원실의 김찬영(金讚永)기획팀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부품을 국산화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그렇게 할 경우 과연 경제적 채산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에서다.
金과장은『대기업끼리 상대방이 개발한 품목을 서로 사주고 써주어야 경제성이 있는데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그런 협력 분위기가 정착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물론 이렇게 되려면 부품의 표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외국기술과 기업을 한국에 들여와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기술구매단은 거의 한달째 런던.프랑크푸르트.텔아비브 등에 머무르고 있다.기술쇼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기술을 자립하는 데는 엄청난 돈과 시간이 요구된다.그래서삼성.현대등 대기업들이 선진유수기업을 상대로 기술제휴와 합작투자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은 특히 엔고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있는 일본 부품업체를 집중공략해야 할 절호의 기회다.
閔國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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