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式 중국 경제 계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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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중국에선 원자바오(溫家寶)총리의 곱셈과 나눗셈 계산법이 화제다. 溫총리가 미국 방문을 앞둔 지난해 11월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처음 밝혔다는 그의 셈법은 이렇다. "매우 작은 문제도 13억으로 곱하면 곧바로 큰 문제가 된다. 그러나 아주 큰 숫자도 13억으로 나누면 금세 보잘것 없는 수치로 바뀐다." 여기서 13억이 바로 중국 인구를 말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溫총리식 곱셈과 나눗셈 개념은 현재 중국에서 커다란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리산퉁(李善同)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량은 1조4000억달러로 세계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를 13억으로 나눈 1인당 국내총생산량을 보면 불과 1000여달러로 세계 130위의 하위권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간단한 계산법을 갖고 溫총리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 실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중국은 '발전 도상의 대국'으로 불린다. 溫총리는 여기서 13억으로 곱한 수치에 도취된 '대국'의 허상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신 13억으로 나눌 경우 왜소하기 짝이 없는 '발전 도상'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이야기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溫총리의 인식이 '쥐안쓰웨이(居安思危.편안할 때 위험을 생각한다)' 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경제가 아직 잘 나갈 때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정신을 가다듬어 장차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자는 취지란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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