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一場春夢-한바탕의 봄꿈처럼 허망한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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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장(場)은 「한 마당」「한 판」의 뜻이며 춘몽(春夢)은 글자그대로 「봄날에 꾸는 꿈」이다.
봄이 되면 왠지 온몸이 나른하다.특히 점심이라도 먹고 나면 이번에는 식곤증(食困症)까지 찾아와 괴롭힌다.
나도 몰래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이내 살짝 졸곤 하는데 얼마나 달콤하게 잤으면 그 짧은 낮잠에도 깊은 꿈을 꾸곤 한다.
꿈속에서 출세해 천하를 호령할 수도 있고 일확천금(一攫千金)해 고래등 같은 집에서 비단 옷을 입고 『여봐라!』하고 떵떵거리며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잠에서 깨고 나면 한바탕 허망한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래 저래 봄날의 꿈은 허망함만 안겨주는 것 같다.
송(宋)의 조금시(趙今時)가 쓴 『후청록(侯鯖綠)』에 보면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하루는 소동파(蘇東坡)가 표주박 하나만 달랑 메고 한가롭게 교외를 걷고 있었다.오랜만의 외출이라 무척 상쾌했다.
얼마쯤 걸었을까.도중에 일흔이 넘은 한 노파(老婆)를 만났다.그 노파는 소동파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말했다.
『맞아! 지난날의 부귀영화는 한낱 일장춘몽(一場春夢)일 뿐이라니깐.』 필봉(筆鋒)을 휘둘러 문명(文名)을 천하에 떨쳤던 소동파였건만 늙어 초라한 모습으로 유유자적 걷고 있는 모습에서그 노파는 인생의 참모습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부귀영화(富貴榮華)가 무엇이길래.인생은 그저 一場春夢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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