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씨 정치활동으로 프로그램 차질 빚어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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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KBS 정연주 사장

KBS가 지난해 9월 제정한 윤리강령을 6개월 만에 개정한다. 지난해 6월부터 '인물현대사'진행을 해온 문성근씨가 지난달 20일 열린우리당에 입당,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한 일이 계기가 됐다.

KBS 정연주 사장은 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문씨 문제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고 윤리강령 정신을 위배해 시청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KBS 윤리강령은 'TV.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나 정치 관련 취재 제작 부서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뒤 6개월 이내에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KBS 임직원으로 한정된 데다 '정치 관련 취재 제작 부서'의 범위가 모호해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사장은 이날 "지난달 세차례 열린 윤리위원회에서 문씨 문제를 논의한 결과 윤리강령에 문제가 있어 현재 개정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규정상 미비점 외에도 현재의 윤리강령은 도덕적인 선언적 의미 이상의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위반한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정 방향이나 새 강령을 문씨에게 소급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윤리위에서 결정할 일"이라고만 답했다.

간담회에서는 문씨의 입당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는데도 KBS 내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사장은 이에 대해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정치인으로 변신할 개연성은 (문씨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며 "문씨를 '인물현대사'진행자로 기용할 당시 왜 이런 일을 예견 못했느냐고 묻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까지 따지는 것이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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