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유전 사업 본거지 텍사스 이젠 풍력 발전의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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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 유전 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고, 이를 기반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록펠러 가문을 일군 존 록펠러가 대재벌로 성장한 것도 20세기 초 텍사스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데 힘입었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자이언트’에서는 제트(제임스 딘)가 유전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되자 자기가 일했던 대농장의 주인(록 허드슨)의 아름다운 아내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흑심을 품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난 100년간 ‘석유의 땅’으로 이름났던 텍사스가 ‘풍력 발전의 땅’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풍력 발전으로 4356㎿의 전력을 생산해 미국 내 1위를 차지했다. 주 전체 전력 사용량의 3.3%에 해당한다. 2위인 캘리포니아주(2439㎿)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7억 달러(약 6700억원)가 투자된 풍력발전소는 올 1월부터 1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주 정부도 풍력 발전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주 공공시설위원회는 지난해 7월 앞으로 4년 내에 풍력으로 발전한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는 용량을 현재의 5배 수준을 웃도는 2만50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들이 대거 텍사스에 투자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 회사 에온은 이곳에서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석유 메이저인 로열더치셸과 미 에너지 기업 TXU는 세계 최대 규모인 3000㎿ 풍력발전소를 텍사스 팬핸들에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텍사스의 석유 재벌 분 피켄스도 이 지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4000㎿ 풍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활발한 투자는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카우보이 모자 등을 판매하는 댄디스의 주인 마티 파우스트는 “미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는 뉴스와 달리 날로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며 풍력 발전에 고마움을 표했다.

텍사스에서 풍력 발전이 각광받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라고 NYT는 꼽았다. 바람이 많이 불고, 놀리는 땅이 많아 풍차를 세우기 쉽다. 인구가 꾸준히 늘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기업 친화적인 환경도 기여했다. 석유를 다 채굴한 유전지대에 풍차가 들어서기도 한다.

석유 값이 배럴(158.9L)당 100달러를 웃돌며 대체 에너지 투자가 활발해진 것도 풍력 발전이 각광받는 이유다. 또 풍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무한히 재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미국의 풍력 발전 투자는 전년보다 45% 증가한 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페인을 제치고 독일에 이어 2위의 풍력 발전 투자국이 됐다. 텍사스가 1등 공신이다. 그럼에도 풍력이 미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친다. 450만 가구에 공급할 정도의 수준이다. 에너지 조사업체인 이머징 에너지 리서치는 2017~2015년 미 풍력 발전 투자 규모가 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재홍 기자



텍사스 풍력 발전

■발전량:4356㎿(2007년)로 미국 1위(2위는 2439㎿의 캘리포니아)

■텍사스 전력 사용량의 3.3% 담당

■텍사스의 장점:풍부한 바람, 용지 확보 용이, 도시의 빠른 성장, 기업 친화적 환경

■텍사스 공공시설위원회, 2012년까지 2만5000㎿ 풍력 전송망 건설

■미국, 지난해 풍력 발전에 90억 달러 투자해 세계 2위 풍력 발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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