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시대명음반>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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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파리 사교계의 고급창녀 비올레타와 명망있는 가문출신의 청년 알프레도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의 수많은 오페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걸작.
자식의 장래를 걱정해 아들의 철없는 사랑을 막으려는 아버지 제르몽의 인간적 갈등과 고뇌,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사랑을 포기하는 비올레타의 애절한 심정,예민한 정열을 지닌 알프레도의 깊은 사랑과 절망이 어우러진 슬프고도 감동적인 드라마다. 「라 스칼라 극장의 가장 감동적인 밤」으로 기록될 55년5월28일 공연의 이 실황녹음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열창은 너무나 완벽해 정열적이면서도 순정에 가득찬 비올레타와 그 자신을 구별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또 분방하지만 풍부한 감정을 담고있는 그녀의 노래는 언제나 극적 긴장감을 담고있어 거의 한 세대후에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앨범(DG)의 일레나 코트루바스의 서정적이고 애수에 찬 비올레타와 대조적이다.
주세페 디 스테파노 역시 동요가 많고 심약한 알프레도를 노래했다. 44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한 불세출의 바리톤 에토레 바스티아니니가 노래하는 제르몽은 힘차고 기품있으면서도 깊은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그는 티토 곱비나 레나토 브루손처럼 다감한 성격의 아버지가 아니라 보수적이고 과묵하지만 인간적인 제르몽의 이상형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연주의 최대 장점은 이 세명의 명가수와 지휘자 줄리니가 이루어내는 눈부신 조화와 균형감이다.실황연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청중들의 뜨거운 숨결도 이연주의 매력을 더해 준다.음질은 매우 열악한 편이지만 음악적 감동은 그 결점을 훨씬 넘어서 있다.
〈EMI.CMS.
763628-2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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