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쇠가 된 ‘피터팬’ 김병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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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피터팬’. 프로농구 오리온스 김병철(35·1m85㎝)의 한창 때 닉네임이다. 높이 뛰어올라 던지는 깔끔한 슈팅 폼 때문에 붙여졌다. 그랬던 김병철이 올 시즌 프로농구 5라운드부터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마당쇠’로 변신했다. 김상식 오리온스 감독대행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김 감독대행은 꼴찌인 팀의 승리를 위해 김병철에게 희생을 주문했다. 보직도 스타팅 멤버에서 식스맨으로 바뀌었다. 주장 완장을 찬 김병철은 주문에 묵묵히 따랐다.

이전까지 수비 등 궂은일은 남의 몫이었지만 “연패를 끊고 이기기 위해서”라는 데 할 말이 없었다.

김병철이 수비에 발 벗고 나서자 이번 시즌 두 번이나 11연패를 당했던 팀이 달라졌다. 24일에는 전자랜드를 누르고 시즌 두 번째로 연승을 기록, 두 자리 승수(10승)를 달성했다.

이달 들어 10경기 중 네 번이나 이겼다. 김병철은 “농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궂은일을 해 본다. 열심히 수비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깨달음도 얻는다”며 “그전까지 내가 맡았던 선수들은 편하게 공격을 했는데 이젠 힘들어한다”고 좋아진 수비력을 은근히 자랑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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