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남자 선동열-2백승 머나먼꿈 30완봉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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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슈퍼스타의 고뇌」.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선동열(宣銅烈.해태)에게도 슬픔은있다. 그는 구위나 명성으로 보아 지금쯤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웠어야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그러나 만32세의 나이에 그가 남긴 것은 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宣의 꿈은 메이저리그의 「사이 영」과 같이 영원히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기억되는 것.
85년 해태에 입단,프로 11년째를 맞는 宣의 통산 성적은 1백41승 1백세이브.
국내투수 가운데 아직은 최다승이지만 향후 깨질 가능성이 높고자신의 실력에 걸맞은 기록을 남기기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그는 지울 수 없다.宣은「최소한 2백승」을 마음속으로 정해놓았었다.그러나 팀사정상 마무리를 겸한 까닭에 이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단 한번만을 남긴 30완봉승도 사실상 어려운실정이다.
마무리로만 나선 93년 혼신의 힘을 다해 남긴 41세이브포인트(31세이브 10구원승)도 지난해 44세이브포인트(40세이브4구원승)를 기록한 정명원(鄭明源.태평양)에 의해 1년만에 깨지고 말았다.
물론 89,90,91년 3년연속 투수 3관왕(한시즌에 다승.
승률.방어율 타이틀을 동시에 따내는 것)과 3번(86,87,93년)이나 기록한 0점대 방어율은 아직 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는 않을 기록들이다.
이왕 선발등판이 불가능해진 올해 선동열은 마무리전문답게 경기당 길어야 2이닝정도를 던지며 많은 세이브를 올리고 동시에 선수수명을 연장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宣과 고려대 동기인 정삼흠(鄭三欽.LG)은 『LG처럼 관리를해준다면 선동열은 올해 50세이브포인트도 가능하다』며 선동열을높게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宣은 1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6회에 마무리로 등판해3과3분의1이닝을 던져야 했다.3연패의 늪에 빠진 팀을 구하기위해서였다.더욱이 올해 해태 선발진은 뚜렷한 노쇠현상을 보여 그가 던져야할 경기당 이닝수는 다른팀 마무리투 수에 비해 길어질 전망이다.
『통산 2백승도 못한 투수가 과연 훗날 위대한 투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진출의 꿈도포기해야했던 선동열.팀이 침체에 빠진 탓에 작은 희망(30완봉승)마저 고집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그는 서글퍼지는 것이다.
[광주=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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