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價 900선 붕괴 뉴욕은 史上최고-美,연일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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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뉴욕증시(NYSE)의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기록을 연 이틀째 경신하고 있는 반면 국내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저수준에서기진맥진하고 있다.〈관계기사 23면〉 22일 국내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8백91.84로 올들어 세번째 다시 9백선 아래로 떨어졌다.지난 13일의 저점 8백91.20 그리고 2월28일의 올들어 최저치 8백85.69까지 위협하고 있다.거래량도 부진하다. 반면 NYSE의 다우는 21일 4천2백70.09로 이번주를 마감했다.전일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올들어 상승률은 11.4%,지난해 12월에 비하면 무려 5백포인트가량올랐다. 요컨대 국내주가는 미국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이른바 세계증시 동조화(同調化)현상은 어디가고 어떻게 이런 일이생기고 있는가.
미국 주가가 오르는 첫째 이유는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 국내 경기전망이 좋고 장기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우가 부진했던 것은 기업들의 지난해 결산실적이 예상외로 호전됐으나 연이은 금리상승으로 호경기에 따른 실적호전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해서다.
그러나 금리상승이 멈춘 지난 연말부터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올해 1.4분기의 실적도 계속 좋다.
최근 자동차나 주택의 매매부진등 부분적인 경기둔화 조짐도 오히려 과열된 경기의 조정이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달러貨의가치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라는 압력도 있으나 경기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어 당분간은 가능 성이 희박하다. 두번째 이유는 유동주식수가 부족하다는 점.최근 크라이슬러에대한 매수제의가 단적인 실례가 된다.많은 기업들이 자칫 M&A대상이 될까봐 자사주를 앞다투어 매수하고 있거나 그러한 계획을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더 좋은 투자기회가 없다는 뜻이므로 장기적으로 좋은 신호는 아니다.이밖에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가고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배당수익률(배당÷주가)이 위험수준에 와있고 신주공모가 과열되고 기관투자가들의 현금비중이 지난 10년이래 최저수준에 있다는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증시의 형편을 미국과 비교하면 경기가 좋은 점은 마찬가지다.지금 진행되는 경기의 상승세는 올 하반기 아니면 내년초 정점(頂點)에 다다를지도 모르지만 정책적인 대응은 이전과 상당히다르다. 80년대 후반과는 달리 정부가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민간의 과잉투자를 경계하고 정부지출도, 예컨대 사회간접자본(SOC)투자는 시기를 늦추는등 경기과열을 경계하는 한편 웬만한무역적자폭의 확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세우지 않는다.금융도 긴축기조다.어쨌든 지금 상황은 금리가 떨어지기 어려운증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미국과 비교한다면 높은 금리로 주가가 움츠리고 있던 지난해 하반기까지의 미국 증시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국내 주가가 최근 미국과 같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을 기다리고 있는가.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경기가 정부가 원하는대로 연착륙하고 호경기도 당초예상보다 좀더 지속된다는 가정이 성립해야 할 것이다.
〈權成哲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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