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0년 맞는 스타크래프트의 롱런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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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임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게임 시장의 현실에서 10년째 롱런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1998년 출시된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다. 2007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만 950만장을 넘어섰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 선구자적 상품이다. 리서치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의하면 22일 현재 서든어택(16.29%)에 이어 8.89%의 점유율로 전체 게임순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블리자드사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블리드사는 2004년 1.11 버전이 나온 다음에도 무려 열 두 차례나 패치(patch. 소프트웨어의 기능개선이나 오류수정을 위한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1.15.2 버전의 패치를 배포했다. 10년 전 출시된 게임의 패치가 배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패치 내용도 흥미롭다. 게임 진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진행한 것을 녹화해 다시 볼 수 있는 리플레이 기능, 한글을 쓰고 나타낼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해 손쉽게 사용자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e-스포츠의 인기다. 프로게이머와 관련 방송업체의 등장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스포츠 경기처럼 시청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열기는 정작 개발사인 블리자드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다. 또한 팬들이 직접 프로게이머들에게 개성을 불어넣고 어느 연예인들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고 프로게이머들이 콘텐츠를 생산해내지만, 팬들 역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재미있는 구조로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다. 게임을 제작한 개발사의 관심과 사용자들의 애정이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게임을 그야말로 바둑이나 장기처럼 즐기게끔 만들고 있다.

셋째, 펜티엄 90㎒과 16MB 램의 성능만 갖추고 윈도우 95만 있어도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로딩 과정도 필요 없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의 속도감과 박진감은 다른 게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넷째, 스타크래프트는 배틀넷을 통해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 방식을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킨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될 당시 게임시장은 온라인 환경이 취약해 온라인 게임보다는 패키지 게임, 즉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당시에는 획기적으로 8명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전세계의 사용자와 손쉽게 연결시켜준 온라인 서비스 배틀넷으로 더욱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해킹 프로그램이 사용되어 게임의 균형을 망쳐놓은 것이다. 가령 축구에 비유하자면 손으로도 드리블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 입장에서 자체적인 대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바로 접속하여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방을 만들지 않고 인원수나 간단한 맵 정보를 올려 비밀번호를 걸어놓은 방을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채팅창에 공개하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내전’이라 불리며 채널이라는 곳에서 서로 주파수를 공유하듯 다른 사용자를 배제한 채 그들끼리의 게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자신의 ID에 대한 명예와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일반화된 것이고, 그 자존심만큼 사용자들끼리의 예절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명예 역시 중시해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의 출시는 당시 인터넷 보급을 더욱 가속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으로 대변되는 PC통신이 인터넷 대신 자리잡고 있었고, 이를 위해 모뎀(MODEM)이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전화선을 통해 접속을 해야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온라인 접속을 위해 모뎀을 사용했다가 통신요금이 몇십만원씩 나와 부모에게 혼나는 학생들도 상당수였다. 집에서 온라인 접속이 불가능한 학생들이나, 하교길에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학생들로 인해 PC방은 가득 찼다. 프로게이머라는 생소한 영역을 개척한 ‘1세대’ 프로게이머가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TV광고에 출연해 양손을 하늘 높이 뻗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광수 인턴 기자(국민대 법학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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