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가더著 "소피의 세계" 유럽문단서 선풍적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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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후반부터 세계 문단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설 『소피의 세계』를 쓴 요슈타인 가더(42).인구 4백여만명에 불과하지만 1870년대 헨리크 입센과 19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크누트 함순같은 세계적 문호를 배출한 노르웨이 의 문학적 자존심을 모처럼 되살려준 장본인이다.
『너는 누구니?』『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부터 스피노자.로크.헤겔.키에르케고르.프로이트에 이르기까지 서구 철학의 역사를 미스터리 기법으로 그린 작품.말하자면 철학 이라는 쓰디쓴 알약을 청소년의 입맛에 맞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포장한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투스의 원자이론의 경우 어린이들이 즐기는 레고조립을 빌려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인기는 가위 폭발적이다.지난 91년에 발표된 이 책은 노르웨이에서도 줄기차게 읽히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없고 현재거의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가장 먼저번역소개된 독일에서는 이미 1백만부를 돌파했다 .스페인.이탈리아.라트비아.브라질.슬로베니아를 포함,세계 33개국에서 읽히고있다.우리나라에서도 번역(현암사 刊)소개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의 성공비결은 세기말적인 분위기에서 장래 비전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읽어냈다는데 있다.독자들의 철학에 대한 갈망이 높은데도 그 갈증을 풀어줄 만한 철학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때문 에 이 소설은 대중과 따로 노는 세계 철학계에도 충격을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사립고등학교 철학교사 출신인 가더가 철학입문서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 역시 10대인 자기 아들로부터 철학적 질문을 받고부터였다.그직후 서점을 들렀지만 서가에 꽂힌 책은 「쓰레기」같은 뉴에이지류가 태반이었다고 한다.그래서 직접 집필하 기로 결정하고 입문서를 써내려 갔으나 그 자신이 읽어봐도 너무 딱딱해서 청소년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같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낸 것이 미스터리 소설같은 철학책이었다.
당초 이 책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철학시험을 필히 치러야 하는 노르웨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책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성인들,나아가서는 어린이들까지 독자층이 확대되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게 되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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