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며생각하며>27.한의학에 생약학접목 이승길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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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의 현재 한의학(韓醫學)주류는 이 고방에 대칭되는 후세방(後世方)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고방과 후세방의 근본적 차이는 고방이 논리 체계를 음양(陰陽)한가지에만 두고 있는데 비해 후세방은 음양에 오행(五行)을 더하였다는 데 있다고 한다.주역(周易)은 음양 한가지만 논리체계로 삼는데 비해 사주명리(四柱命理)는 음양과 오행의 복합 체계를 갖고 있음과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1백년전 이제마(李濟馬)선생이 오행을 배격하고 음양만으로 새로운 의학 체계를 만든 일이 있지요.
다 잘아는 사상의학(四象醫學)이 그것입니다.그러나 우리나라에는지금 사상의학을 하는 이도 썩 드뭅니다.우리 정통 한 방(韓方)의 절대적 주류는 후세방 계열인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과 황도연(黃道淵)의 방약합편(方藥合編),오직 이 두책이 쥐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내가 朴선생에게서 고방 한의학을배우던때 그 모임에 약사가 아니고 한의사 로서 참가한 분은 딱한분이 있었을 뿐입니다.그분은 염태환(廉泰煥)씨라고 지금 미국에 가서 살고 있는데,朴선생님은 늘 당신의 고방을 배우기 원하는 한의사 자격 가진 후학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겨우 廉군 한사람밖에 얻지 못했다고 말씀하 시곤 했습니다.그 말씀을 하시며 아쉬워하시던 朴선생님의 모습과 음성이 내게는 늘 생생합니다.朴선생님은 서양의사이면서도 우리 정통 한의학에다 요시마스流의 고방한의학까지 달통한 분이었지요.』 李씨는 이렇게 전수받은 고방의학을 자신이 경영하던 약국을 찾는 환자 손님들을 위해 생약 처방약을 조제하는데 응용했다.그의 말은 계속된다.
『나는 대학에서도 생약학을 배운 바가 있습니다만 朴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도 생약학과 그것을 고방식으로 응용하는 것이었습니다.생약학이란 생약에다 병의 증후군을 직접 연결시키는 것이 그내용인데 거기다가 음양설만 하나를 더 보탠 것이 朴선생님이 나한테 가르친 것입니다.생약이란 다름 아닌 초근목피(草根木皮)라고 보면 됩니다.그런데 그후 나는 많은 약사들로부터 생약 한다고 따돌림받고 한의사들 한테서는 일반 양학한 사람이 자기네 영역을 침범한다고 비난받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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