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서만 퇴장 2명 경고 8장 “중국 축구, 못된 버릇 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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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방 우승을 기대했던 중국 축구가 축포를 울리기는커녕 망신살만 뻗쳤다.

23일 중국 충칭에서 폐막한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팀은 우여곡절 끝에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신화통신을 비롯해 중국 언론들은 성적보다는 비신사적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춰 자국팀을 맹비난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것이다.

개막전에서 한국에 2-3으로, 2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진 중국은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중국은 북한과 1-1로 마친 뒤 후반 10분 왕둥이 역전 골을 넣으면서 특유의 ‘매너 없는 플레이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후반 11분에 두천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중국 축구는 격투기를 방불케 했다. 북한 선수를 무차별적으로 밀치고 걷어찼다. 후반 42분 하오쥔민의 프리킥으로 승세를 굳힌 뒤에도 중국의 거친 플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쉬윈룽은 쿵후(功夫)의 발차기처럼 북한 선수에게 태클을 걸었다가 퇴장당했다. 중국은 이날 북한전에서만 퇴장 2명(레드카드)에 옐로카드 8장을 받았다.

중국중앙방송(CC-TV) 제5채널의 캐스터조차 중계 도중 “국제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고 너무 난폭하게 굴었다. 비신사적인 못된 버릇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수차례 꼬집었다. 중국의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이번 대회 내내 도마에 올랐다. 20일 일본전에서도 패색이 짙어지자 주장 리웨이펑은 상대 선수의 멱살을 잡았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여자팀 주장 리지에는 18일 한국전 막판 다친 시늉을 하며 실려나간 뒤 한국 선수가 코너킥을 차려 하자 득달같이 달려들다가 비신사적인 행위라며 퇴장을 당했다. 중국은 3위 상금으로 20만 달러를 받았지만 이 중 1만500달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이들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 부과한 벌금으로 내야 할 처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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