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달동네 싹 밀어 ‘국제 별천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중국 상하이 황푸강 유역에서 2010년 세계엑스포장 건설이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60% 크엑스포 행사장 부지에 대형 크레인이 활발히 작업하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20세기 말 중국 상하이는 황푸(黃浦)강 동쪽 벌판 푸둥(浦東)을 순식간에 마천루 단지로 일궜다. 이를 두고 ‘천지가 개벽했다’고 한 이도 있다. 황푸강변의 기적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21일 찾은 황푸강 남쪽 루푸(盧浦)대교와 난푸(南浦)대교 사이의 동서 양쪽 강변 지역엔 대형 크레인이 즐비했다. 건설 현장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 동·서 양쪽 면적을 합쳐 5.28㎢로 여의도의 60% 정도 크기다. 2010년 상하이 세계엑스포 대회장이 건설되는 현장이다.

◇낙후된 공단의 상전벽해=엑스포 대회장 건설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업지대였다. 1850년 세워진 장난(江南)조선소를 중심으로 오래된 공장과 무허가 가옥이 난립한, 상하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이곳이 2010년 7000만 명이 다녀갈 새로운 ‘별천지’로 변모하는 것이다. 상하이는 2002년 엑스포 유치가 결정된 이후 이 일대 270여 개 공장과 1만8000여 가구를 다른 곳으로 이전시켰다. 불과 4년 걸려 2006년에 완료됐다.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는 중국식 개발방식이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비운 터전 위에 엑스포 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그린 엑스포’ 구호에 걸맞게 녹지 비율이 56%에 달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개최 기간 동안의 열 분포와 풍향을 예측해 건물과 단지 설계에 반영했다. 이 때문에 날씨가 덥더라도 관람객들은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주용레이 엑스포사무협조국 신문선전부국장은 “이전 공장 터는 일부 보존해 박물관·관광탑·대중공연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난시(南市)화력발전소는 풍력·지열·태양열 발전소로 탈바꿈한다.

상하이 도시홍보관에 설치된 개막 날짜 표시판.24일 현재 802일이 남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을 업그레이드할 것=중국 정부는 상하이 엑스포 단지 건설과 운영에 288억 위안 (약 3조8304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도로 등 기반 인프라 투자 비용은 별도다. 이에 비해 상하이시 당국자나 엑스포 준비 실무를 하는 엑스포사무협조국 사람들은 과잉 투자 지적이나 행사 이후 문제에 대해서 낙관했다. “언제 해도 했어야 할 투자다.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엑스포가 경제성장률을 2~7%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직접투자 대비 열 배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웨이(徐威) 사무국의 신문선전부장은 “엑스포가 아니라도 중국과 상하이 경제는 당분간 고도 성장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엑스포의 경제성에만 집착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엑스포를 통해 중국인이 세계를 좀 더 이해하고, 중국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훙하오(洪浩) 엑스포사무협조국장은 “상하이는 도로·건물 같은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법규 준수 의식이나 생활 편의를 도모하는 인프라 측면에선 약한 절름발이 도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1970년 오사카 엑스포, 한국이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거치며 국민의 안목과 국가의 소프트웨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한국과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