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물새는 민자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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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당의 이춘구(李春九)대표는 저녁에 중국음식을 먹지 않는다.중국음식이 싫어서가 아니다.중국차(茶)때문이다.카페인이 들어있어 잠을 못잔다는 것이다.그 정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것이 그의 장점이기도하다.그러나 요즘의 李대표는 둔감해진것 같다.그것말고는 작금의 민자당 모습이 설명되지 않는다.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별로 없는 민자당이다.
대표적 예가 20일 강우혁(康祐赫.인천 남동)의원의 탈당이다.민자당이 인천시장후보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려는게 탈당이유였다.康의원의 탈당은 충분히 예견됐었다.본인이 수차에 걸쳐 얘기했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엄포로만 알았다.사태를 아주 안이하게 봤다.결국 康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막을 수 있는 것을 막지 못했다.康의원의 주장으로는 만나자는 당직자도 없었다는 것이다.탈당을 방조했다는 얘기다.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기야 서울지역 구청장중 10명을 민주당에 빼앗긴 민자당이다.
康의원의 탈당을 놓고 해묵은 계파갈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책임론이다.민정.민주계가 서로 책임을 전가한다.민정계 일부의 부추김이 있었다는 게 민주계 일부의 주장이다.민주계 독주가 원인이라는게 민정계 의원들의 주장이다.둘다 그럴듯한 얘기다.그러나선거가 코앞인데 엉뚱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민주계 내부의 속사정은 더욱 가관이다.모두들 뒷짐만 지고 있다.중진이고 소장의원이건간에 똑같다.매사에 아주 냉소적이다.이런적이 없었다.
당사에 얼굴을 내미는 민주계 의원들조차 없다.아예 얼씬도 안한다.당무회의나 있어야 당사에 나온다.그러는 이유가 재미있다.
소외감때문이란다.민주계 내부에서조차 소외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있다.민정계와 같은 불만이다.자기들끼리는 그런대로 얘기가 되던민주계다.이제 그것도 잘 안되는 모양이다.급기야 19일밤 단합모임을 가져야했다.
민자당은 당직자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공천시기문제를 놓고도 말이 다르다.경선문제는 중구난방이었다.정책공약조차 아직 변변한게 없다.재탕 삼탕 정책이 고작이다.자동차세 문제 하나를 놓고도 1주일을 끌었다.당의 얘기가 정부에 먹혀■ 지 않는다.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굳이 따지자면 민자당의원들 전체의 책임이다.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다는 뜻있는 의원들의 지적이다.모두의 참여의식을 고취시켜야한다는 얘기다.그런점에서 이춘구대표나 김덕룡(金德龍)총장의 포용력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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