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격전지를 미리 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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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10면

서울 송파병
‘강남의 호남’ 전·현직 의원 5명 격돌

서울 송파병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속해 있음에도 지난 20여 년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단 한 차례도 당선되지 못했던 지역구다. 호남 유권자가 40%를 넘는 데다 서민층이 두터운 거여·마천·장지동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등에 업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통합민주당 이근식 의원이 재선에 도전한다. 이 의원은 “4년 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특전사 이전, 뉴타운 지정 등의 사업이 모두 확정됐다”면서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30년 공직 경험을 가진 내가 최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17대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성순 전 의원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관선·민선 각 두 차례에 걸쳐 12년간 송파구청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 강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앙SUNDAY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나라당 강풍’ 영향권에서 이 지역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세 명의 전·현직 의원이 공천 경쟁을 하고 있다.

2년 가까이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있어 얼굴이 많이 알려진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은 오랫동안 지역구를 물색하다가 결국 송파병에 공천 신청을 했다. 나 의원은 “능력 있고 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도 발전할 수 있다”며 인물론을 내세운다.

또 다른 여성 비례대표 의원인 이계경 의원은 “4대째 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토착민이 많은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23년간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내가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대표 출신인 그는 여성계 인맥이 두텁다.

16대 때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던 이원창 당협위원장도 도전장을 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뒤 착실하게 지역구 활동을 해 왔다”면서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공천 신청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SUNDAY 여론조사의 당선 선호 인물 지지율에서는 일단 나경원 의원이 다른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계경 의원은 2.2%를 기록해 공동 5위에 머물렀다. 민주당 공천 경쟁에선 김성순 전 의원이 이근식 의원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정당 지지율에선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압도했다.

서울 도봉갑
김근태 아성 흔들 수 있을까

서울 도봉갑에는 재야 민주화 운동의 상징 격인 통합민주당 김근태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선 한나라당 출마 희망자가 넘친다. “김 의원이 3선을 했어도 지역 기여도가 낮아 구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게 경쟁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 의원은 최근 중앙당 무대에서 내려와 지역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중앙정치 때문에 그동안 지역을 자주 찾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통 야당 세력의 뿌리와 명맥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지를 부탁했다. 중앙SUNDAY의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개인 지지도에서 월등한 1위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후보 중 지역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당협위원장인 양경자 전 의원이다. 12, 13대 때 민정당(민자당) 비례대표 의원을 한 그는 14∼17대 총선에서 네 번이나 낙선한 경험이 있어 동정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2년 서울시장 직 인수위원으로 일했던 양 의원은 “정치 거물인 김 의원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39년을 이곳에서 산 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진영의 자유주의연대를 이끌고 있는 신지호 대표는 이념적인 면에서 김 의원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신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를 만든 것이 뉴라이트 운동이고, 그 운동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나”라면서 “이번 도봉갑 선거는 좌파 세력을 대표하는 김근태와 뉴라이트 운동을 대표하는 신지호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정옥임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TV 토론 등에서 한나라당의 외교이념인 실용주의를 전파해 왔던 정 교수는 “좌우 대결이라는 식의 선거 구호에 대해 지역 구민은 관심이 없다”며 “여성 전문가인 내가 지역민의 소외감을 가장 잘 달래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로도 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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