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식사초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양애경(1956~) '식사초대' 전문

별아 내려와라
별아 내려와서
국수 먹고 가라
별아 내 저녁은 젖은 국수
너는 쫓겨나 배고픈 아이
나눠 먹는 일은 기쁠 거야
별아 내려와서
국수 먹고 가라



이스탄불에 머무를 때의 일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한 선창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외롭고 무료했던 나는 내용도 모르고 그 줄에 섰다. 늘어선 줄이 '초대'의 은유일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초대에 응하면 행복해진다. 조금씩 줄이 줄어들고 내가 줄의 앞에 섰을 때 나는 씩 웃었다. 작은 배를 이용한 포장마차에서 웃통을 벗은 사내 둘이 고등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세상에 고등어 샌드위치를 만들다니…. 쓸쓸한 나는 고등어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바닷가에서 먹었다. 그때 갈매기들이 내 곁에 날아왔다. 나는 갈매기들에게 말했다. 갈매기야 내려와라. 고등어 샌드위치 좀 먹고 가라.

곽재구<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