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地自體 떳떳한 財源확보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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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방자치제도가 맞을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부족이다.여당의 「파산선고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자치단체들의 재원은 대략 셋이다.독자적 과세,중앙정부의 보조금,자원의 매각.
셋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것은 자원의 매각이다.
깨끗한 환경이란 자산을 골프장 허가나 쓰레기 처리장 유치라는형태로 매각하는 것은 전형적이다.그러나 그런 매각은 일회적이다.과세가 훨씬 어려우니 무거운 세금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없을뿐아니라 기업들이 세금이 가벼운 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헛일이 되기쉽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은 한정돼 자치단체들의 뜻대로 늘리기 어려우며 보조금에 따르는 중앙정부의 입김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수밖에 없다.
자치단체들이 재원을 마련하기가 이렇게 어려우므로 내무부가 복권을 재원으로 삼기로 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다.여론도 적대적이지 않다.실은 복권은 세계적으로 지방정부의 중요한 재원 노릇을 한다.미국의 경우 지난해 37개 州정부들이 3 백8억달러의매출에 1백28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복권은 정부에는 아주 매력적인 재원이다.복권에서 정부가 얻는수익은 실질적으론 도박에 매기는 세금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그래서 모두 즐거이 세금을 바친다.
복권 판매액과 시상금으로 따져본 세율은 무척 높아 외국에서도50%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그래도 사람들은 그런 세율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력이 큰만큼 그것은 위험한 재원이다.정부가 나서서 도박의 기회를 늘리는 것은,그것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그리하는 것은 도덕적.경제적.사회적으로 문제들을 여럿 안은 일이다. 그런 문제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복권의 구매와 거기에서 나오는 혜택이 형평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다.복권판매소 앞에서 살펴보면 그 사실은 이내 드러난다.북미와 유럽에서 실시된 조사들도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보다 소득의 큰 부분을 복권사는데 쓴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권의 수익은 대부분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누린다.복권의 수익은 흔히 문화시설에 쓰이지만 오페라 하우스나 미술관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니다.복권의 수익이 교육이나기술개발과 같은 데에 쓰이더라도 사정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그런 투자에서 1차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관리,교사,기술자들인데 그들은 대체로 가난한 계층에서 나오지 않는다.지방자치에선 사정이 더욱 나쁘니 가난한 사람들이 자치단체의 공무원이나 의원이 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따라서 복권을 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삼는 방안은 다른 문제는 그만두고라도 형평에서 너무 큰 문제를 안고 있다.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어떤 세금보다 세율이 높은 세금을 거둬 잘 사는 사람들이 주로 혜택을 받는 일에 쓰는 것이 무엇으로 정 당화될 수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복권은 다른 형태의 도박들과 함께 도박에 관한 정부의 전반적 정책 속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도박은 사회에 아주 해롭고 도박산업이 무척 크므로 그런 정책은 시급하다.
당장 급한 것은 이미 시행되는 복권의 운용에 관한 자료들을 공표하는 일이다.그런 자료들을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해 자신들이 어떤 승산을 가진 도박에 참여하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의 첫 걸음이다.
정부는 소비자보다 생산자를 감싸게 마련이지만 자신이 생산자인터라 복권의 운용에선 정부가 특히 무책임하다.복권에 관한 자료들이 공표되는 미국에서도 경제학자들은 만일「연방상업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다면 복권제도가 소비자 사기 판정을 받고 폐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준비없이 그저 세금을 거두기 쉽다는 사실에 유혹돼 복권의 종류를 늘리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일로서 정당화되기 어렵다.지방자치라는 좋은 일에 쓰인다는 것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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