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회사 대장정] 4. 세계 철강업계 재편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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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측은 상하이바오강에 대해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한국은 보통강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조업기술이 우수하고, 인력 자질도 좋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원천 기술은 바오산이 아직도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루 형태의 원료를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파이넥스(FINEX)라는 차세대 환경공법은 바오산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러 부문에서 비슷하게 따라온 것은 사실"이라는 게 포스코 측의 분석이다.

특수강 부문의 기술력에선 한국이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 2002년을 기준으로 포스코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일본 신일철의 3분의 2 수준이다. 바오강이 지난해 신일본제철과 합작을 체결한 것은 이 같은 일본의 기술력을 배우려는 이유가 크다.

세계 철강업계의 재편 움직임도 한국 철강업계에 위협적이다. 과잉 설비와 수요 감소에 대응해 세계는 업체 간 통합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은 1999년 이후 6개 고로업체가 신일철과 JFE철강 등 양대 진영으로 개편됐다.

철강산업은 자동차.조선.기계산업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최근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품목으로서의 위상도 높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역할은 계속돼야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 철강업계는 자체적으로 상하이바오강처럼 기술 혁신과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0차 5개년 계획 기간(2001~2005년) 중 철강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95%로 확대하기로 했다. 상위 10개 철강사가 생산하는 물량이 국가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50%에서 2005년 8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국내 생산 기반이 크게 확충되거나,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이 주춤해 수출에 적극 나설 경우 한국의 철강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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