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결혼관>2.中年부부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부간에 같이 사는 이유로 어떤 사람은 정때문이라고 하고,또다른 사람은 자식때문이라고도 한다.이 이야기 속에는 결혼하고 나면 연애시절에 비해 마음이 식는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많은부부들이 결혼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 볼 때 배 우자에 대한 마음이 이전만 같지 않다고 한다(결혼당시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20대:89.0%,30대:87.6%,40대:86.0%,50세 이상:81.3%/현재=20대:82.5%,30대:82.2%,40대:79.0%,50세 이상:74.8 %).
배우자가 마음에 안드는 가장 큰 이유로 성격을 꼽는다(69.
1%).결혼생활을 지탱하는 가장 큰 요소중 하나인 성생활의 만족도도 40대에서 급격하게 떨어진다.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날이 갈수록 약간씩 떨어지면서 외도하지 않을까하는 의심은 더욱 늘어난다(20대:19.1%,30대:21.8%,40대:30.5%,50세 이상:34.4%).서로간의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이해된다.배우자 외도를 알면 이혼하겠다고 40대까지는 단단히 벼른다(40대 여성:41.3%).그러 나 그것도 한때.50세가되면 풀이 꺾인다(50세 이상 여성:18.8%).
40대라는 나이는 인생의 정점을 내려가는 시기다.이 시기의 남성들은 직장에서 가장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고,가정경제의지출도 늘어나며,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부담도 커지게 된다.반면여성들의 경우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시 기다.이러한 차이에 40대 부부의 삐걱거림이 도사리고 있다.이 기간중 배우자외도에 대한 의심이 늘고,성생활 불만으로 인해 이혼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는 부부의 비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40대의 남편과 아내.그들 모두 부부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40대 위기의 터널」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서로간의 문제인 셈이다.
〈金 杏기자〉 부관계에 있어 성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거의 대부분의 부부들이 부부간 성생활이 부부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80.8%).성생활에 만족한다는 부부들은 자신들이 매우 화목하다고 진단한다(94.8%).역으로 성생 활에 불만이 있는 부부들의 화목도는 낮은 편이다(35.45%).이러한 결과는 부부간의 화목도와 성생활 만족도가 밀접한관련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부부간에 성관계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단정지을 수는없다. 그렇다면 배우자와의 성생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남편들의 만족도가 아내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20대의 남편들은 거의 대부분 만족한다는 의사를 표시한다(98.2%).20대이후로는 만족도가 약간씩 떨어지는 추세다(30대 83.5%, 40대72.1%,50세 이상 68.9%).
아내들의 만족도는 20대(69.4%)보다 30대(72.3%)에 약간 증가한다.그후 급격히 떨어져 40대 아내들의 경우 절반정도가 만족하는 편이라고 하며(55.5%),50세이상은 그 정도가 더욱 떨어진다(34.4%).
***대화.관심부족이 원인 성생활이 부부관계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스스로 고백했듯 성적 불만은 경우에 따라선 이혼을 생각케 하기도 한다.
40대 부부의 경우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과 반비례해 이로 인해 이혼을 생각해 봤다는 비율은 급격히 늘고 있다.40대 남편의 경우 57.1%가 성적 불만으로 이혼을 고려해 봤고,동일한상황에 처했었다는 아내들은 그 수가 더 많다(6 6.7%).남편들보다 아내들이 더 불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갑자기 증대된 부부간 위기가 50대에 들어서면서거의 없어진다는 점이다.50대의 경우 불과 1%의 극소수 주부만이 성문제 때문에 이혼을 생각해 봤다고 수줍은듯 고백한다.40대라는 특정시기가 남편이나 아내 양쪽 모두에게 힘든 때다.
40대의 부부들이 위기를 맞고 고민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하룻동안 부부가 같이 대화하는 시간(취침시간 제외)은 20대 평균 1백17.95분이었던것이 30대 1백14.70분,40대 1백1.19분으로 줄어드는것을 자신들이 느끼고 있다.50대가 돼서야 평균 1백38.47분으로 다시 늘어난다.40대 부부들이 감각적으로 같이 있는 시간을 20,30대보다 적게 어림잡는 것은 대화가 부족함을 알기때문으로 보인다.서로간에 관심이 적어지는 시기다.
40대 부부들은 배우자가 가장 좋을때는 관심있게 대해줄 때라고 말한다(29.3%).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거나(19.2%),자녀들에게 애정을 보일때(12.8%),가사를 나눠할때,시댁이나 친정식구에게 잘할 때등도 거론하나 이러한 사항들은 모두뒷전으로 밀린다.부부간에 관심을 원하면서도 주변 여건이나 성의부족등으로 인해 행동이 달리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결혼기간중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불만 해소노력은 없어 또한 40대 남성들은 과반수가 정력부족으로 인해 고민한 경험이 있음을 호소한다(62.1%,20대 33.3%,30대 42%,50세 이상 66.6%).소위 말해 남편과 아내의 호흡이 달라지는 시기다.위기의 적신호가 반짝거리며 경계사인 을 보낸다.
그렇다고 이 시기에 부부간 성만족도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오히려 젊은 시절인 20,30대 부부들이성만족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남편:20대 80.0%,30대73.0%/아내:20대 67.1%,30대 51 .6%).40대남편들(74.5%)보다 아내들(37.5%)이 더 노력하지 않는것은 아이로니컬한 현상이다.
***중 년 아내들은 성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고,그렇다고 특별히 노력하지도 않는다.더 심각한 것은 스스로의 노력부족에도불구하고 『남편과의 성관계에 불만이 있는데,이혼하면 어떨까』하는 잡념이 늘어난다는 것이다.이렇듯 40대 아내들에게 갑자 기찾아온 「중년의 위기」는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중년의 위기」는 사건이 터지기전까지는 개인의 문제이나 일단 그 위기가 사건화되기 시작하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성격이 변하게 된다.다시 말해 사회구조가 그들 의 위기를 흡수할 수 있는 탄력성을 자체적으로 키우고 동시에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만 한다.
우리의 사회구조가 남성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해 성적 불만을해결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부부간에 노력하거나(37.9%),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도 그중 한 방법이다(26.8%).때로는 다른 이성에게 눈길을 돌려한눈을 팔기도 한다(14.3%).레저나 스포츠를 즐기기도 한다(14.3%).이들 남성에게는 그냥 참고산다는 응답이 적은 편이다(14.3%).
***위기흡수할 대안 필요 여성들의 경우는 대안이 제한돼 있다.절반이상의 아내들이 그냥 참고 산다는 식이다(58.6%).
레저나 스포츠(14.3%)또는 다른 일에 몰두(37.4%)하기도 하나 별로 신통치 않다.여성들은 자신들의 내재된 불만에도 불구하고 부부간 의 노력을 시도해 보는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더욱이 남성들처럼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가진다는도전적 방법은 상상도 못한다.
특별히 40대 남편들은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는가.과반수의 중년 남성들이 일에서 돌파구를 찾는다(57.1%).반면 중년의 여성들은 다른 일을 하거나(42.9%),그냥 참고 살 수밖에(42.9%)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아직 여성의 취업이 절대적으로 적은 우리 사회에서 중년여성들이 몰두한다는 다른 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비생산적인 것일수 있다.요즘 사회일각에서 지적되는 과잉자녀보호.치맛바람.부동산투기.중년여성들의 무절제한 단체여행등도 부수적 으로 나타난 여러가지 역작용중 한 부분이다.
「중년의 위기」는 어떤 부부들에게는 매우 가볍게 스쳐가겠지만어떤 가정은 이로 인해 심한 홍역을 치르기도 할 것이다.
이 위기는 남녀가 함께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단지 여성에게만그 심각성이 더 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중년의 위기」를 덮어만 두고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적절한 처방이 아닌듯 보인다.남녀를 떠나 이들 40대층은 우리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수행하는 계층이다.중년들이 느끼게 되는 불만.불 안들을 제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개인이「삶의 질」을 높이고,가정.직장.사회구조가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제도가 그 구성원인 개개인들에게 보다 많은 여러가지선택 대안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어느 누구도 40대를 뛰어넘어 50대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행 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