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승부는 당일의 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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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2보 (26~40)]
白.朴永訓 5단 黑.趙治勳 9단

26으로 응수를 물었을 때 趙9단이 27로 쑥 뻗어나간 것은 당연한 기세라고 한다. 박영훈도 망설이지 않고 28부터 돌파해 생과 사를 결정해 나간다.

만약 흑이 백의 돌파가 두려워 '참고도1'의 흑1로 움츠리면 백2에 의해 모양이 뭉쳐지고 만다.

그러나 27로 뻗을 경우엔 '참고도2'처럼 흑?가 당당한 모습이 된다. 따라서 백도 이 경우엔 28로 돌파하지 않을 수 없고 이래서 큰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백은 30으로 젖혀 귀를 송두리째 수중에 넣었고 흑은 중앙을 빵빵 따내며 칙칙하고도 무시무시한 두터움을 획득했다.

결승전이 시작되자마자 초반부터 대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승부는 당일의 기세다"고 갈파한 사람은 이창호9단이다. 특히 가슴 떨리는 큰 승부일수록 기세의 가치는 배가된다. 그 점을 오늘의 두사람도 잘 알고 있기에 기세에서만은 결코 밀리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 결과 이런 험악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손익계산서는 어찌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중앙의 두터움보다는 귀의 실리가 유리하지 않을까. 아니었다. 고수들은 일제히 흑쪽의 손을 들어줬다. 귀에는 아직 고약한 뒷맛이 남아있어 한수 더 들여야 집이라는 이유였다. 趙9단이 39부터 곧장 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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