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엔高 대책마련 난항-美.日도 협력에만 합의 폐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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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엔高행진등 근래 국제통화시장 불안요인과 관련,관심을 모았던 亞.太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가 엔고진정을 위한 신통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채 폐막됐다.이에 따라 국제외환시장에서의 실망심리가 엔화 강세를 더욱 부추기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국.미국.일본.호주.칠레등 亞太지역 18개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달러하락에 우려를 표시하고 달러.엔화등 주요 국제통화안정이 亞太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원칙만 재 확인했을 뿐 구체적 방안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
AP.로이터통신등에 따르면 이날 18개국 각료회의에 앞서 1시간가량 진행된 美.日양국간 회담에서 『환율안정이 세계경제 이익이 되며 이를 위해 양국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만 합의했을 뿐 일본이 지난14일 발표한 긴급 엔고대책 이외에 당분간 더 내놓을 것이 없다는 점을 서로 확인했다.
양국장관은 회담내용에 대한 구체적 논평을 삼갔지만 회의참석자들은 『며칠전 발표된 일본의 엔고진정책이 미국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을 로버트 루빈 美재무장관이 다케무라 마사요시(武村正義) 日대장상에게 전했다』고 말했다.일본측 고위관리는 『미국이 쌍둥이적자 해소등 달러안정을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하는등 엔고 책임의 일부를 미국에 떠넘겼다.
일본정부는 지난 10일 엔환율이 달러당 80엔대까지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자 14일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발표,재할인율을 1.75%에서 1%로 내리고 각종 국내시장규제 완화방안을 내놓은바 있다.그러나 무역흑자 감소목표를 수치화하라는 미국의 요구가반영되지 않아 환율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美뉴욕타임스紙도 일본의 최근 엔고대책이 달러화하락을 반전시키는데 불충분하고 판단한 미국정부가 일본에 추가조치를 요구할 것 같다고보도했다.
미국 이외에 엔화차관.수입원자재등 대일(對日)의존도가 높아 엔고홍역을 치르고 있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등 일부 동남아 APEC회원국들도 각료회담을 통해 엔고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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