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천리안 누비는 두논객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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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두명의 30,40대 여성이 일으킨 돌풍으로 지금 PC통신가(街)가 뜨겁다.이들 여류 논객(論客)은 PC통신 하이텔과 천리안에 각각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있는 고광순(高光順.41)씨와양은영(梁銀英.36)씨.두사람은 남성에 비해 상 대적으로 약세(弱勢)를 보여온 여성의 컴퓨터 활용및 PC통신 참여도에 대한인식을 크게 흔들면서 PC통신인들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의사인 高씨가 쓰는 글 『안기부에서 나온 아줌마』는 70,80년대의 군사독재를 비판하는 내용인데 비해 가정주부인 梁씨는『노트북을 든 여자』라는 제목의 글에 거침없는 성(性)에 대한논평을 PC통신에 올리고 있다.
高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다.지난해 10월 『PC통신을 이용하면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동료 한의사의 권고로 자신의 286PC를 통해 하이텔에 접속했다.이때 우연히 하이텔 「안기부 게시판」에 들어간 高씨는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분개했다.高씨는 왜곡된 역사를 젊은이들에게 똑바로 알려줘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 서투른 컴퓨터솜씨로 안기부 게시판에 군사독재를 비판하는 글을 서너차례 게재했다.그러나 보수파로 보이는 사람들 로부터 맹렬한 인신공격을 받고 안기부 게시판에서 나와 하이텔 「플라자」난으로 옮겨 글을쓰기 시작했다.高씨의 글 제목이 『안기부에서(빠져)나온…』이 된 사연이다.高씨는 『상대방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 PC통신에 매료된데다 글에 대 한 반응이 좋아 PC통신을 중단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PC통신인들은 高씨의 글이 역사를 정확히 보는 안목을 갖췄다고 평가한다.高씨의 글은 대학생등 청소년들의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평범한(?)가정주부인 梁씨가 천리안에 올린 글은 『첫 섹스의 추억』『내가 당한 성폭행』『처녀막과 순결 차이』등 우선제목부터 아슬아슬(?)한 메시지들이다.梁씨는 『성(性)이란 가장 진솔한 인간의 얘기』라며,자신의 경험담을 거 침없이 쓰고 있다.梁씨의 PC통신경력은 불과 1년.어릴 때부터 문학에의 꿈을 가졌던 梁씨는 PC통신에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곧바로 천리안에 가입,글을 쓰기 시작했다.컴퓨터를 다룰줄알았기 때문에 별 불편 없이 글쓰기 에 몰두하다 보니 이제는 PC통신 매니어가 됐다.
청소년들 사이에 「성상담 전문가」로 통하는 梁씨는 『모 출판사가 수필집 출간 교섭을 해와 다음달에 책이 나오게 됐다』고 말한다. PC통신에 올라온 글은 보통 조회 건수가 1백회를 넘는 경우 인기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들 두 여성 논객의 글은 평균 3백~4백회는 보통이고,3천회를 넘은 경우도 있어 웬만한 베스트셀러 서적에 버금간다는 지적이다.『균형감각이 없다』『너무 야하다』는 일부의 비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PC통신회사로부터 한차례 경고도 받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 두 여성 논객이 더욱 큰 화제를 뿌리면서 PC통신가에 「우먼파워」를 형성해갈 것으로 내다본다.
梁泳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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