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주가 900선 돌파

중앙일보

입력

주가가 900 선을 돌파했다. 지난 2002년 4월24일(915.69) 이후 23개월만이다.

4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62포인트(1.3%)오른 907.4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상승세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2천억원 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수(산 금액-판 금액)한 데 힘입어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1천6백억원 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며 7일째 주식을 팔았다.

종합주가지수가 900 선을 넘은 것은 지금까지 4번 뿐이었다. 지난 1988년 12월12일(911.35), 94년 1월27일(907.44), 99년 6월28일(903.05), 2002년 3월27일(902.46) 등이었다. 이 중 2002년을 뺀 3번은 모두 1000 선 돌파로 이어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900 선을 넘었을 때는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외국인.기관들이 주식을 활발하게 사들이며 ▶미국증시가 상승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관의 움직임을 빼고는 최근 증시 여건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보다 경기 회복의 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증시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우리나라 증시의 상승 탄력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서만 거래소시장에서 7조원 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샀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면서 세계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적으로 2월 수출이 16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섬유, 타이어 등 경공업 제품의 수출도 호전되는 등 경기 회복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900 선 돌파의 배경으로 선진국 경기 호전과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를 꼽았다. 李센터장은 "주가 상승 요인에 변화가 없어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다만 반도체 중심의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 등 주도주가 많이 오르면서 가격 부담이 생겨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900 선 돌파는 전적으로 외국인의 매수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 증시가 최근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상반기에 1,000 선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들에 비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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