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로스쿨 4000명은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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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0명으로 정해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은 적어도 4000명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KDI는 20일 ‘변호사 인력 공급 규제의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정부안대로 로스쿨 정원을 유지하면 변호사 인력 부족으로 법률 산업이 위축되고 경제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변호사 공급이 포화상태라는 변호사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예컨대 지난 30년간 사건은 연평균 6.4% 늘었는데 변호사 수는 8.4% 늘어났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건 수(단독·합의심 기준) 집계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사건 수가 1997년 23만 건에서 98년 22만 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으나 실제로는 늘었다.

보고서는 “소액 재판의 상한액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오르면서 18만 건이 소액 사건으로 분류돼 사건 통계에 잡히지 않아 사건 증가율이 낮게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송액이 커진 데 따른 변호사 수임료 상승까지 감안하면 법률 시장 규모는 30년간 연평균 13~14% 늘어났다. 이 경우 변호사 수 증가는 법률 시장 증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KDI는 또 변호사 수가 적정한지를 판단할 때는 얼마나 많은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느냐가 아니라 사건당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선임률을 기준으로 하면 한 사건에 여러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도 모두 한 명으로 잡혀 변호사 수요가 실제보다 적어진다는 것이다.

김두얼 KDI 부연구위원은 “송사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변호사 수요까지 감안하면 법률 시장의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2015년까지 13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최태형 대변인은 “이미 법률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호사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며 “현실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들의 지적을 진입장벽을 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22일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은 25개 대학의 법대 학장이 참석하는 첫 공식회의를 열고 전형 계획 등에 과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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