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화폐에는 한국은행도 모르는 지폐 위조방지 장치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내년 상반기 5만원권과 10만원의 고액권 화폐 발행을 앞두고 화폐당국이 최첨단 위조방지 기술 도입을 검토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은과 한국조폐공사는 스웨덴의 1000크로나 신권에 적용되는 미국 크레인사의 '움직이는 홀로그램'을 벤치마킹 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양한 위조방지 장치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방식 외에도 지폐 일부분을 비닐처럼 투명처리하는 투명창 기법과 보는 각도에 따라 지폐색깔이 변하는 색변환 기법, 지폐에 미세한 수백개의 구멍을 뚫어 특정문자나 숫자를 새겨넣는 레이저 천공법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홀로그램을 지폐에 붙여 넣는 패치방식에서 지폐 상하를 길게 잇는 스트라이프방식으로 바꾸는 방안 등도 폭넓게 고려되고 있다. 현재 조폐공사가 우리의 기술수준에 적합한 지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중 고액권 화폐 유통을 시작한다는 방침이어서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첨단 위조방지 기법이 최종 선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유통이 시작되려면 적어도 3~4개월 전에는 시제품이 공개돼야 하고 그 전 1~2달 가량 종합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따라서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위조방지 기술이 최종 선택돼 시제품에 적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화폐 위조방지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20여가지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중 절반정도는 중앙은행이 국민들에게 위폐식별 요령으로 공개를 하고 나머지는 비공개 유지를 원칙으로 한다.

비공개되는 장치가 몇 가지가 되는 지 조차 한은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비공개되는 방식에는 현금인출기 등 기계들만이 인식하는 장치도 있고 한은과 조폐공사 등 특정기관들만이 알고 있는 방식들도 있다. 심지어 한은과 조폐공사가 서로 모르는 기술들도 화폐 안에 숨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한은 관계자는 "비공개되는 위조방지 기술은 국가기밀 사항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화폐당국의 보안사항으로 철저히 유지된다"며 "그 중에는 한은과 조폐공사가 서로 당사자들만 아는 장치들도 있다"고 말했다.

위조방지 기술들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안다는 지적도 있다. 화폐 위조범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문 위조범들의 경우 이미 이같은 기술정보를 상당수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모두 알 필요없는 부분까지 굳이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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