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리콜과 제조물책임법 구제는 어떻게 다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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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무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은 ‘웨스트랜드-홀마크미트’사의 캘리포니아 치노 소재 작업장. 지난 달 30일 경비요원이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다. [중앙포토]

리콜처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제조물책임법(PL·Product Liability)이라는 게 있습니다.

PL법은 제조업체가 제조·가공·유통한 물품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제품 결함과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과거엔 그렇지 않았죠. 손해배상은 민법에 따라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 경우에는 소비자가 기업이 물건을 만들 때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입증해야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전문가도 아니고, 도대체 기업이 뭘 잘못해 문제 있는 물건을 만들었는지 따지기 어렵죠. 게다가 개인이 거대한 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거니까 힘들 수밖에요. 그러나 PL법에서는 물건을 만드는 데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업이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보상 범위 역시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관련 피해자 전체로 넓어졌고요.

PL법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완제품은 물론 부품이나 원재료도 포함됩니다. 부동산과 농수산물은 제외되지만 분양받은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는 PL법에 포함됩니다.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같지만 PL법과 리콜의 다른 점은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느냐 사후에 처리하느냐입니다. 리콜은 같은 문제가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모든 소비자에 대해 정부가 강제로, 혹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조치를 취해 피해를 막는 예방적 제도입니다. 이에 반해 PL법은 물건에 문제가 있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자가 손해배상을 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는 사후 구제 제도죠.

PL법에 따르면 물건을 잘못 만들었다가는 기업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 결함 있는 물품을 미리 리콜해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을 하게 되죠. 그래서 PL법이 시행되면 리콜이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PL법이 도입되면서 리콜이 적극적으로 실시됐다고 하네요. PL법은 미국에서는 1960년 이후 판례에 의해 확립되었으며 영국(88년)·독일(90년)·중국(93년)·일본(95년) 등에서 차례로 도입됐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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