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원 확보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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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철광석 수입가격이 4월부터 65% 오른다. 5년 전보다 4배 이상 치솟았다. 현재 협상 중인 유연탄 수입가격도 70%가량 오를 전망이다. 제2차 철강 쇼크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국제 농산물 시장에는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요즘 국제 원자재 값의 뜀박질은 도를 넘고 있다. 올랐다 하면 두 자릿 수 이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2%나 올랐다. 9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라면을 포함한 생활필수품 값이 연초부터 들먹이고 있다.

물가 상승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게 비용 상승형 인플레다. 수요견인형 인플레라면 긴축정책을 동원하면 된다. 금리를 올리고 재정지출을 줄이면 과수요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생산비용 증가로 인플레가 발생하면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 어설프게 대응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만 초래한다. 기업도 물건은 팔리지만 손에 돈이 남지 않는 헛장사를 하기 십상이다.

이런 궁지에서 부작용 없이 탈출하는 해법은 자원외교다. 전 세계가 앞다투어 자원 확보를 통상 및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앞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은 유전 국유화를 확대하면서 자원민족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호주 등은 농산물을 무기로 이에 맞서고 있다. 중간에 낀 우리 같은 나라들만 꼼짝없이 양쪽에서 당하는 신세다.

자원외교는 국무총리만 전담할 사안이 아니다.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 없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최근의 쿠르드 지역 유전 계약처럼 한 발 앞선 우리의 자본·기술을 대주고 자원을 확보하는 패키지 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의 광활한 경작지를 임차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받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8%다. 에너지 자급률은 3%에 불과하다. 자원 확보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정부·기업이 손잡고 국력을 총동원해 매달려야 할 최우선 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