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키우기>서울 화곡동 복합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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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날로 증대되는 업무.상업시설의 막강한 수요는 한적한 주택가까지 파고 들어 한옥 지붕선들이 그려내던 동양의 건축어휘들을 허물고 유리와 철골.콘크리트등을 매개로 한 서양풍으로 변화시키고있다. 김포공항으로 통하는 공항로 인근 서울화곡동1126에 들어선 지하1층.지상6층짜리 주상(住商)복합건물은 주변의 단독주택과 전혀 다른 다소 강렬한 현대건축의 모양새를 담고있어 뭇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다.특히 당초 2층 붉은 벽돌집이 서 있던 58평규모의 좁은 대지를 연면적 1백68평의 중소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키워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주택가의 오피스빌딩 등장은 그동안 건폐율등의 건축기준이 계속완화돼온 영향도 크지만 순수 주택용보다 사무실이나 상가시설등을짓는 것이 도리어 이익이어서 단독주택을 헐고 새로운 현대식 오피스풍의 건축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복합건물은 철강관련 회사의 사옥겸 사주의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어 일반적인 임대용건물과는 채산성면에서 다소 거리가 있지만 택지값이 우선 쌌기 때문에 건축주는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게다가 땅모양이 좋지않아 건축면적을 법의 허용한도 만큼 확보할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설계를 담당한 주영정(朱榮正.예조건축 소장)씨는 비뚤어진 부분에 주차장을 몰아넣는 설계방식을 통해 당시 건폐율 50%(현재 60%)선에 육박하는 48.2%를 적용,사옥으로의 기능을 다하게 했다.朱소 장은 대지 앞면에 접한 도로폭이 6m밖에 안돼 도로사선제한규정을 많이 받아 모양새가 형편없이 나올 소지가 많은 악조건인데도 이를 뛰어난 조형감각으로 살려낸 것이다.
사선제한으로 5층부터 면적이 줄어 이를 경사지게 처리하면서 맨꼭대기층까지 완전 유리로 마감,주거공간인 5,6층의 앞쪽에 위치한 식당.주방.화장실등의 천장이 천창(天窓)으로 처리돼 자연스럽게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설계자는 유리창의 단순함을 희석시키면서 건축주의 사업업종 이미지 전달을 위해 각층의 수평 연결부위를 따라 주황색의 철강 파이프를 가로질로 건물의 상징성을높였다. 현재 건축주는 2층만 임대를 놓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이 사무실및 전시실.자재창고로 사용하고 있으며 5층(19.7평)과 6층(10.9평)은 주거공간으로 쓰고 있다.공사비는 층별냉.난방설비 시스템으로 처리,일반적인 건물보다 다소 싼 평당 1백73만원(93년 시공)이 들었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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