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정치지진>上.정당 불신고조 7월 위기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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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위기-쇠퇴하는 정당정치」「무당파(無黨派)의 반란」「표류(漂流)시대」.
11일자 일본 신문들이 내건 기사제목들이다.
9일 실시된 통일지방선거의 충격적인 결과가 지면에 그대로 배어 있다.
벌써부터 일본 정가(政街)에는 오는 7월 참의원(參議院)선거후 의회해산이 단행될 것이라는 「7월 위기설」마저 돌고 있다.
정당정치가 핵심인 의원내각제 나라에서 여야 정당들이 도매금으로 불신당했기 때문이다.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개각이 거론되고있으나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반발도 크다.
엔고(円高)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10일 소집된 정부.여당 수뇌회의도 선거후의 충격으로 어수선했다.『앞으로 엔고.독가스 테러.지진같은 문제에 과감히 대응해 강력한 정권임을 내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하나마나한 대책이 거론되기도 했다 .
일본 유권자들은 이번 통일지방선거에서 그동안 쌓여온 다양한 불만들을 모아 정치불신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정부와 국회는 하늘높은 줄 모르는 엔고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일본국민은 한 조사에서 지난해 국민소득 세계1위에 올랐다.
그러나 순전히 엔화 가치가 오른 탓일 뿐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한」일본적 현상에는 변함이 없었다.「안전한 일본」이라는 신화도 효고(兵庫)縣 남부대지진과 도쿄(東京)지하철 독가스 사건,경찰청장관 피격사건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
정당은 정당대로 93년 자민당 체제가 무너짐과 동시에 정권게임에만 열중했다.
그 와중에 공산당외에는 정당간 정책차별성이 없어졌다.유권자들의 냉랭한 분위기를 의식한 정당들은 이번 도쿄.오사카(大阪) 지사선거에서 여러 유력정당이 한 후보를 내세우는 담합공천을 했으나 결과는 대실패로 나타났다.
관료정치.부패정치에 대한 반발도 컸다.양대도시에서 참패한 유력후보는 둘다 쟁쟁한 관료출신이었다.
대신 의식적으로 돈을 쓰지 않은 후보(아오시마 유키오 도쿄지사),동네목욕탕에서 유권자들에게 『도대체 지금 믿을 만한 정당이 있습니까』라고 큰소리 친 후보(요코야마 노크 오사카지사)에게 표가 몰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無당파층 비율이 지난해말 37%에서 이번 선거직전인 지난달에는 51%로 올라갔다.주로 정치에 관심이 높은 40,50대 관리직 남성과 주부들이 최근 無당파 대 열에 다수 가세한 것으로 이 신문은 분석했다.
구체적 정치상황은 다르다지만 한국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마다 無당파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中央日報社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無당파층 비율은 서울의경우 지난달 현재 57.3%나 된다.
「無당파의 승리」로 불리는 이번 선거는 그러나 일본의 정치.
행정 전반에 전대미문의 역작용을 불러 올 가능성도 크다.
TV탤런트 시절의 단골배역이던 「고집쟁이 할멈」이 그대로 별명이 된 아오시마 신임 도쿄지사는 이미 부실신용조합 융자문제,도쿄세계박람회 개최여부,임해(臨海)부도심 건설문제등 기존의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유권자층의 변화를 실감한 정당간 이합집산도 재개될 전망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연립정권의 기반은 이번 선거로 바닥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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